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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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체스터/ 기자의 눈: 부모 마음

2015-01-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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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려<지국장>

잃었다 찾는 기쁨이 이렇게 클 줄이야.
처음에 뉴스를 접했을 때에는 철없는 소녀가 한 며칠 친구 집이나 어디 숨어 있다가 집이 그립고 엄마가 보고 싶어서 삐죽이 집으로 올 줄 알았다. 깜깜 무소식 뉴스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하루하루 더해졌다. 어린 소녀가 이 추운 날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에, 강 양의 부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렸다.

에지먼트 학교의 한인 학부모회는 뉴스를 듣는 즉시 가족에게 뭐라도 돕겠다며 손을 뻗쳤으며 뿐만 아니라 웨체스터 한인들이 내 아이처럼 생각하고 사방에 소식을 전하고 전단지를 붙였다. 한인회는 커피와 도넛을 사들고 경찰서를 찾아갔다. 제발 온 힘을 다 해 달라는 마음이다. 에지먼트 교장 선생님은 한국일보 웨체스터 지국으로 직접 전화를 해서, 학생을 찾는 일을 도와달라고 호소해왔다. 이 동네 스테이플스에서는 전단지 복사 값을 디스카운트 해줬다는 소리도 들었다. 모두가 부모 마음이었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었다. 남의 죽음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이 틀린 경우였다. 테러가 난무하는 험한 세상에서 남의 일에 발 벗고 나서는 사람들에게서 한줄기 따스함을 느꼈다.

샌디 허리케인 때 이후 처음으로 에지먼트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어린 소녀를 찾겠다는 자원봉사로 나섰다. 주민들 200명이 그랜드 센트럴 역에 나가 전단지를 나눠 주었다는 뉴스를 봤다. 깜깜 무소식의 참담함 중에서도 빈번히 소셜 미디어로 한마디 소식과 진행 과정이 오고갔다. 결국 찾았다는 소식도 카톡으로 텍스트 메시지로 이메일로 전화로 순식간에 온 동네에 퍼져나갔다.

이 따듯한 마음이 배려의 정성으로 이어져야겠다. 이제부터는 위로나 격려의 행동과 말보다는 그저 푸근한 눈 표정만으로 그들을 바라 봐야 할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추측도 상세한 설명도 필요 없다. 이러니저러니 후담이 오고가면 안 된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강 양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때, 모 일간지가 확인되지 않은 불확실한 정보를 내 보내어 친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

가장 정신적으로 예민한 시기인 10대 소녀와 부모가 겪은 그들만의 아픔과 어려움을 사실 그 누구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돌아 왔으니 이제 됐다. 그 다음은 그들 가정의 몫이다. 이럴 때 쿨하게 한 발짝 떨어져 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의 마음이며 현명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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