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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네티컷/ 칼럼: 축복이 가득한 2015 을미년을 기원하며...

2015-01-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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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주<코네티컷 토요한국학교 교장>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우리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주고 받으며 복을 기원한다. 특히 성격이 온순하고 평화를 상징하는 양이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청색과 만났다고 하는 올해는 을미(乙未)년 ‘청양’의 해이고 예로부터 복을 상징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어 행운을 바라는 기대감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고조된 듯하다.

하지만 ‘을미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복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복은커녕 오히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1895년 그해 을미년은 역사 속에서 몹시도 불운한 한해였다. 명성황후가 시해 되었던 ‘을미사변’은 외세에 의해 국권이 유린당한 참혹한 비극이었고 그 후 조선이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강제 합병되고 나서 독립을 되찾기까지 우리민족은 오랜 세월 동안 피와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목숨을 바치며 항일 운동을 하신 분들, 나라 안팎에서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셨던 분들을 기리며 오늘날 대한민국을 돌아본다.


지금은 일제의 잔악한 모국어 말살 정책으로 인해 하마터면 잃을 수도 있었던 우리의 언어를 한반도를 떠나 이국만리에 살면서도 우리 2세들에게 마음껏 가르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더욱이 한류의 영향으로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외국인들까지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며 우리 한국학교를 찾아오는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참담했던 불운을 극복하고 다시 당당하게 일어나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 조국이 정말 자랑스럽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결코 미래가 없다고 한다. 이 말은 과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과 의미를 되짚어 보고 교훈을 얻어 변화를 도모해야만 밝은 미래가 가능하다는 뜻일 것이다.

한 개인이든 공동체든 누구에게나 평탄했던 시절이 있으면 어려운 고비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항상 태평성대의 풍요로운 시대만을 꿈꾸지만 실상 우리들이 써내려가는 역사라는 장르에는 모진 고통과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어린 시절 온실 속 화초처럼 고생을 모르고 자란 나는 ‘복(福)’이란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고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행운’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덧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동안 내가 당연시하며 누려 왔던 많은 복들 중에 대부분은 그 누군가가 위기의 순간에도 인내하며 얻어낸 희생의 대가라는 깨달음과 함께 감사가 밀려온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내가 유복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지금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 또한 인류의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까지도 내걸고 소중한 가치를 지켜온 덕분일 것이다.

물론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신의 영역은 분명이 있다. 하지만 하늘이 해야 할일과 사람이 해야 할 일의 경계선은 불확실해 보인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고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자 워렌 버핏의 전기를 읽던 날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12살 소년이 될 때까지 그가 자랐던 동네 도서관을 다니며 사업과 투자에 관련된 책을 모두 읽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받고 싶어 하는 부자가 되는 복도 어찌 보면 하늘이 관장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주관하는 것 같다.

올해는 ‘청양’이 상징하는 축복이 가득한 을미년이 되길 간절히 원하지만 감나무 아래 누워 감이 떨어지길 바라기 보다는 좀 고생스러워도 억척스럽게 일하는 농부의 심정으로 복을 일구어 보리라. 한국학교 운영을 맡고 있는 나는 ‘평화 통일’이라는 대박을 꿈꾸며 옛 선조들이 독립 운동을 했던 심정으로 우리의 모국어와 우리의 역사를 가르치는데 전력을 다 할 것이다. 버핏처럼 사업과 투자를 위해 독서에 열중하면 정말 부자도 될 수 있을까?

우리 한인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부자가 되어 어려운 지역 사회에 재정적으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한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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