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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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자체보다 마약 등 범죄 노출이 문제

2015-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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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진단: 늘어나는 한인 청소년 가출… 대책은 없나

2~3일 단기가출 가볍게 생각했다간 큰코
자녀와 인격적 대화가 문제해결의 출발점

지난 2일 웨체스터 카운티에 거주하던 한인 여고생이 실종된데 이어 6일 또 다른 한인 추정 10대 청소년이 집을 나간 뒤 가족과 연락이 두절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불과 나흘 간격으로 한인 청소년이 두 명이나 사라진 것이다. <본보 1월6일자 A1면 등>

이들 한인 청소년의 ‘실종’은 범죄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데에서 현재 ‘가출’로 정리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웨체스터카운티 스카스데일에서 실종된 강지우(16)양은 집을 나서기 전 부모와 다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 후 스스로 맨하탄행 기차에 오르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영상에 남아 자발적인 청소년 가출임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들 청소년들이 평소 어울렸던 친구들을 중심으로 행방을 좇고 있다.


뉴욕주가 발표한 ‘실종자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뉴욕주에는 모두 20,124명의 아동(청소년 포함)에 대한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이중 가출(Runaway)로 분류된 아동이 모두 1만9,095명으로 전체의 약 95%를 차지했다. 해마다 2만에 달하는 가구가 자녀들의 가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다.

연령대 별로는 ▶13~15세 청소년의 가출이 52.5%로 가장 높았고, 이어 ▶16~17세(41.6%), ▶6~12세(4.9%) 순이었다. 또한 여학생의 가출이 57.5%로 남학생(37.4%) 보다 많았다.

뉴욕주의 청소년 가출건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인 청소년들의 가출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자녀의 가출을 예방하고, 가출한 청소년에 대처하는 방법을 한인사회가 더욱 숙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출 문제는 마약이나 술, 게임중독과 같은 문제와 얽히는 경우가 많다. 가출 문제가 가출이상의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한인사회를 위해서도 청소년 가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예방법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유스&패밀리 포커스 이상숙 대표는 “최근들어 2~3일 부모와 연락을 끊고 집에 들어가지 않는 방식의 단기간 가출이 많아졌다”면서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부모들의 대응방식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가출 청소년의 상당수가 마약의 유혹에 빠져드는 등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부모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가출 문제를 겪고 있다면 반드시 상담기관을 찾도록 하고, 자녀들이 안 보인다면 경찰 등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가출 문제 예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대화’. 집을 나가겠다는 마음을 먹기 전까지 청소년들에겐 분명 곪고, 곪은 문제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뉴욕가정문제연구소 레지나 김 소장은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다루면서 부부가 아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게 가출 문제 예방의 첫 시작점”이라면서 “아이들이 부모와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양쪽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지하 기자>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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