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괴한들이 ‘샤를리 엡도’사무실 앞 거리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테러 발생 1시간 전 샤를리 엡도가 트위터에 게재한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의 풍자 만화.
■만화잡지 ‘샤를리 엡도’ 이슬람교 비판 명성
7일 괴한의 테러로 10명의 직원을 잃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풍자전문 주간 잡지사다. 1970년 창간된 샤를리 엡도는 프랑스의 지적전통인 비판 정신에 도발적인 태도로 각종 성역에 도전하면서 그동안 많은 협박에 시달렸다.
비판적인 만평을 주로 싣는 이 잡지사는 2006년 덴마크 일간 율란츠포스텐이 게재해 논란을 빚었던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 만평을 전재했다가 이슬람권의 비난을 받았다. 샤를리 엡도는 2011년에는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실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주간지는 당시 ‘아랍의 봄’ 기념 특별호의 표지에 무함마드의 모습과 함께 ‘웃다가 죽지 않으면 태형 100대에 처하겠다’는 내용의 말풍선으로 구성된 만평을 담았다. 이 만평으로 이슬람교들의 분노를 사면서 그 해 11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사무실이 불타기도 했다.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의 모습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고, 이슬람교 신자들은 무함마드의 모습을 보는 것을 모욕적으로 여긴다.이 주간지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며 2012년에는 무함마드 누드를 묘사한 만평을 게재했다가 이슬람 단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제소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테러가 발생하기 약 1시간 전 샤를리 엡도는 IS의 지도자인 알 바그다디의 신년사 모습을 풍자한 만화를 트위터에 올렸다. 문제의 만화에는 알 바그다디가 ‘그나저나 좋은 일 있기를(Best wishes, by the way)’이라는 말을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를 본 IS는 얼마 후 ‘프랑스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고, 실제로 이후 이날 테러가 발생했다.
테러범, 예멘 알카에다 조직원 또는 지하드 참전자인 듯
테러 사건을 저지른 무장 괴한 3명이 경찰에 모두 검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범인들의 신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나선 단체는 없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와 연관돼 있거나 중동의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참가했다가 프랑스로 돌아온 시민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검은 스키 마스크를 쓴 범인들은 이날 오전 파리에 있는 잡지사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서 범행을 저지르면서 자신들이 알 카에다 소속이라고 밝혔다. 괴한에게 협박당해 사무실 문을 열어준 만화가는 "범인들이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말했으며 자신들이 알 카에다 소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3명의 범인이 예멘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다고 보도했다. 알 카에다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그동안 프랑스를 공격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2014년 겨울호 잡지에서 "최우선 공격 목표는 미국이고 그다음은 영국, 프랑스 등이다"라면서 프랑스를 테러 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한편 보안 전문가들은 괴한들이 자동 소총으로 보이는 총기를 다루는 방법이나 움직임 등을 볼 때 훈련이 잘된 이들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괴한들이 언론사에서 공격 목표를 정확하게 알고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범인들은 또 사건 곳곳에서 계획적이고 냉혈한 살인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 주민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건 화면을 보면 범인 중 한 명은 땅에 쓰러진 경찰관에게 접근한 뒤 살려달라며 손을 들고 애원하는 경찰관 머리에 다시 한 번 총을 쏘아 확인 사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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