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영(웨체스터 시드학원 원장)
“9430. 그래, 너는 결코 바뀔 수 없어!”라고 형사 자베르는 소리쳤을 것이다. 그러나 장발장은 180도 달라졌다. 무엇이 그를 변화하게 하였는가?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신념(principle)이 바뀌면 새로워진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전해주고 있다. 그는 ‘정직’을 신념으로 받아들이자, 새 인격의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장발장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빅터 위고는 장발장을 통해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 인간의 마음을 묘사하고 있어서 우리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에게 감화를 받아 새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지만, 소년 프티제르베라의 40수짜리 은화가 굴러오자, 발로 밟아버려 돈을 뺏었다. “그의 본능이 이성보다 좀 더 많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 장 발장은 사업을 성공시켜 가난에서 허덕이는 한 고장을 번영시키며, 선량한 마들렌(Madeleine) 시장이 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가석방 상태에서 사라졌기에 도망자 신분이었던 그는 샹마티외(Champ Mathieu)라는 사람이 장발장으로 고발되어 종신형을 선고 받게 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이기심과 이타심(altruism) 사이에서 몸부림쳤다. 장 발장은 샹마티외를 외면하고 싶었지만, 이미 그의 속에 자리 잡은 “정직”이라는 사상을 뛰어넘지 못하였다. 그는 샹마티외를 석방시키기 위하여 법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여 죄수 9430이 되었다.
그 후 장 발장은 주저하지 않고 수 없이 자신을 희생하였다. 마침내는 자신을 평생 쫒아 다니며 괴롭혔던 형사 자베르의 목숨을 아무런 대가 없이 살려 주어 자베르의 영혼까지 무릎 끓게 하였다. 빅터 위고는 “사람의 성격도 바위처럼 물방울로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인 것은 지울 수 없고, 그렇게 형성된 것은 부술 수 없다.”라고 말해주고 있다.
장발장의 삶을 보면서 변화는 혁명적으로(revolutionary) 단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차적인 변화(evolutionary change)가 진정한 혁명을 실현한다는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진리는 프랑스어로 Lumiere 인데, 태양을 상징하고 신(God)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신의 섭리를 깨달은 자가 참된 진리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사람들의 눈빛은 빛나며 얼굴에서는 광이 난다. 그래서 우리는 성화에서 성자를 감싸는 금빛 태양의 헤일로(halo)를 그리는 것일 것이다.
인생의 데마스커스(Damascus)길에서 “진리의 빛”을 비췸을 받아 계몽의 문(delta)을 여는 사람들을 레 일루미네이(Les Illumines)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