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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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용 마약거래 빠르게 확산

2015-01-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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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취재 한인사회 더이상 마약 안전지대 아니다

▶ 지난해 뉴욕주서 29명 체포 사상 최고

대부분 20~30대 ‘신종 비즈니스’ 부상
코케인.동물마취제...갈수록 대범해져

지난달 13일 새벽 2시 맨하탄 41가. 모두가 잠든 시각이지만 아직 취객들로 시끌벅적한 이곳에 경찰 임을 알리는 배지를 옷 속 깊숙이 숨긴 위장 경찰, 일명 ‘언더커버 캅’이 한인남성 김모(28)씨에게 접근했다. 이어 경찰은 김씨와 몇 번을 속삭이더니 코케인이 담긴 지퍼백을 건네받곤 김씨의 손에 돈을 쥐어줬다. 그리곤 곧바로 김씨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마약을 팔던 김씨가 경찰의 함정 수사에 걸려든 것이었다. 김씨는 2014년 한 해 이런 방식으로 체포된 스물아홉 번째 한인이 됐다.

최근들어 김씨 처럼 마약 거래를 하다 체포되는 한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거래하는 마약이 처벌 강도가 약한 마리화나가 아닌 코케인이나 엑스터시, 더 나아가 동물 마취제로 쓰이는 케타민과 옥시코돈, 알프라졸람 등 신종마약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약거래가 일부 한인들의 신종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본보가 뉴욕주 법원자료를 한인 성씨로 분류한 결과, 마약 거래혐의로 2014년 한해 동안 체포된 한인은 모두 29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대부분 맨하탄에서 체포됐고, 20~30대의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전년도 케이스 대부분이 종결되는 바람에 정확히 늘어난 수치를 알긴 어렵지만, 한인 변호사 업계는 “매년 10여명에 불과했던 숫자가 29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동안 타 커뮤니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약의 무풍지대’로 꼽혀오던 한인사회도 위험수위를 넘어서면서 이제 더 이상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가장 최근인 12월에는 한인 오모(41)씨와 강모(57)씨가 퀸즈 플러싱 일원에서 크랙 코케인을 거래하다가 각각 체포됐고, 11월에는 김모(39)씨가 타인종 남성들과 마약을 위장경찰에게 판매하다가 붙들렸다.

8월에는 정모(21)씨가 알프라졸람 수십 정을 소지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으며 또 5월에 체포된 30대 남성 김모(32)씨의 브루클린 아파트에선 케타민을 비롯해 다량의 ‘크리스탈 메스’와 ‘엑스터시’ 등이 발견됐다.

지난해 초에는 맨하탄에 거주하는 한인여성이 홍콩 국제우편을 통해 마약을 대량으로 들여오려다 연방수사국(FBI)에 덜미를 잡히는 일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스스로 흡입하려 한 정황보다는 판매하려한 의혹이 더욱 짙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마약 거래를 하는 한인이 늘어난 현상에 대해 일부 한인들 사이에서 마약거래가 쉽게 돈을 볼 수 있다는 쉽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 음지에서만 횡행하던 마약 거래가 스마트폰, 인터넷 등을 이용하는 거래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평범한 사람들도 마약 거래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 사용이 활발한 20대 초반 학생들이 전문적인 마약 거래를 하다 체포된 경우가 늘어난 점이 이를 반증한다.

브루클린 검사 출신인 정홍균 변호사는 “젊은 친구들이 마약거래로 버는 돈을 쉬운 돈이라고 생각하는 게 요즘 가장 큰 문제”라면서 “대부분 재미로 시작을 했겠지만 이후 자신들은 물론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한인사회가 관심을 기울여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지하 기자>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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