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신년특집/ 땀흘리며 묵묵히 일터 지키며 희망을 연다

2015-01-02 (금)
크게 작게

▶ 새벽을 여는 한인들

신년특집/ 땀흘리며 묵묵히 일터 지키며 희망을 연다

고센김치 조슈아 김 대표

신년특집/ 땀흘리며 묵묵히 일터 지키며 희망을 연다

떡 전문점 예당 김희순 사장

2015년 새해에도 한인들의 새벽은 분주하다. 뉴욕·뉴저지에서 10년 이상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미국 경제의 호황과 불황의 터널을 모두 경험한 한인 업주들을 찾아 2015년을 깨우는 각오와 신년계획을 들어본다.

‘백세시대’ 항상 새로운 시도로 도전하는 삶
■떡 전문점 예당 김희순 사장

“모든 업소들이 새해에는 잘 됐으면 좋겠어요.”예당의 본점인 뉴저지 릿지필드 매장에는 10여명의 직원들이 떡을 찌고 자르고 포장하느라 누구보다 새해 첫날 새벽을 바쁘게 맞는다. 오전 5시 모두가 아직도 잠든 깜깜한 새벽, 떡 전문점 ‘예당’의 하루는 또 이렇게 시작한다.


쌀가루와 찹쌀가루, 팥, 콩, 깨 의 고소함이 가득한 매장 안에서 김희순(69) 사장은 오전 9시 개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떡과 한과 포장을 마무리하느라 분주하다. 주방에서는 여전히 떡을 포장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바쁘게 돌아간다. 1989년 이민 온 김 사장은 11년 전,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떡 사업을 시작했다. 릿지필드에 4명의 직원과 함께 시작한 떡 사업은 이제 뉴저지 클로스터와 퀸즈 베이사이드 등 뉴욕·뉴저지에 3곳의 매장을 둘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개점한 예당 베이사이드점은 총 20석 규모의 떡 카페다. 인절미를 얹은 수정과 빙수, 오미자차, 매실차를 판매하면서 한인 고객 뿐 아니라 주변 타인종 고객들의 발걸음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떡카페를 제대로 해보겠다며 충청도 등 한국의 농장과 계약을 맺고 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이지만 김 사장은 올해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 사장은 “가정주부로 지내다 처음 하는 창업이었지만 요즘 같은 백세 시대에 내 나이가 결코 늦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떡 사업을 시작했다”며 “지난해는 매장을 새로 오픈하느라 바쁘게 보냈지만 올해는 더욱 많은 타인종 고객들을 위해 떡케익 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2시간 전에는 주문을 마쳐야 했던 떡케익을 앞으로는 주문 30분 만에 완성,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최근 학교에서 개최되는 다문화 행사 또는 유치원에서 열리는 어린이들의 생일 파티때 떡을 찾는 경우도 늘면서 비한인 커뮤니티에서도 떡을 찾는 횟수가 늘고 있다.

김 사장은 “떡의 소재는 무궁무진해 마트의 호박, 고구마 등 어떤 농식품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특히 최근 글루텐 프리 등을 선호하는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서 타인종 고객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새해, 떡의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을 기대했다.

김 사장은 “2014년은 2013년보다 경기가 더 안좋은 해였다”며 “다른 이들의 사업이 잘돼야 우리 사업도 잘되는 법이기 때문에 주변 업소들이 모두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사장은 이어 “예당 식구들이 다 건강하고 경기가 전반적으로 풀리는 것이 새해 소망”이라고 새해 바람을 전했다.

대형 유통사 납품 창업시 청사진 도약 준비
■ 고센김치 조슈아 김 대표


“주류 시장에 김치를 뿌리내리는 새해를 기대합니다.”
조슈아 김(45) 고센김치 대표는 연말에도 메릴랜드까지 장거리 배달 길에 오르는 등 할러데이 시즌이라는 말이 무색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작업장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배추를 절여서 씻고, 양념을 입히느라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새해 본사가 퀸즈 자메이카 인근으로 이전하는 등 김 대표가 꿈꾸는 청사진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새해는 그 어느 해보다 에너지 넘치는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그는 부풀어 있다. 그는 “홀푸드와 코스코 등 대규모 유통사에 식품을 납품하게 되면 해당 업체가 요구하는 설비 기준에 맞춰야 한다”며 “이같은 설비를 위해 이전을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9년 주류시장 진출을 목표로 월마트 납품을 계획하고 창업 했다.

하지만 김치 특유의 강한 맛과 냄새가 주류시장 진입의 장벽이 됐다. 2004년 직접 발로 뛰며 김치 등 한국 식품 납품을 위해 맨하탄 델리 등 1,000개의 어카운트를 확보했지만 1년반 만에 20개로 줄었다. 그가 납품했던 품목 중 김과 만두는 뒤이어 들어온 한국의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렸고 김치는 시장 진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만에 김과 만두는 1만 배 가까이 시장이 커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지만 김치는 2배 정도 커진데 불과하다”며 “주류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김치에 대한 개념과 접근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는 발효에 따라 맛이 달라지면서 유통기한이 짧다. 이런 면에서 유제품이나 다름없다는 점이 시장 유통의 단점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김치를 고급과 중급으로 나눠 고센, 전주김치, 서울 김치 3개의 라인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맨하탄 고급 일식당 등 약 100개의 홀세일, 1,000개의 리테일 어카운트를 확보했다.

하지만 새해, 김치를 주류 유통사에 자신의 방식으로 진입시키는 본격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번 맛을 들리면 계속 찾게 되고 웰빙 음식이라는 점에서 김치의 시장 잠재력은 다른 어떤 한국 음식보다 더욱 거대할 것이라는 면에서 그는 본사 이전과 함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음식은 문화이자 패션과 동일하다”며 “음식도 패션처럼 유행이 있고, 트렌드를 타고 시장을 주도할 수도 있고 보급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욕은 밀라노와 파리, 런던의 패션 트렌드를 가장 빨리 현실화 보편화 시킬 수 있는 도시듯이 음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뉴욕에서 음식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활용한다면 세계 트렌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주류시장으로의 김치공략을 다짐했다.

<최희은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