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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답이다

2014-12-15 (월)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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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회사를 인수할 때 일반적으로 영업 이익(EBITDA)의 몇 배를 프리미엄으로 지불할지를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한다.

상장된 회사의 주식가치에도 실제 주가에서 주당 순자산(BPS)를 뺀 나머지 액수는 주식 구입자가 지불하는 일종의 권리금이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나 건물 기계설비 등 유형의 자산 가치보다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즉 회사를 인수하는 목적은 건물이나 설비가 아니라 수익 창출의 원천인 고객을 인수하는데 있음을 의미한다. 토지나 설비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 구입이 가능하지만 고객들은 단 시간에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무형의 자산인 영업권을 인수하는 대가로 막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서 벌어들인 수익에 따라 기업의 가치는 큰 차이가 난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애플을 비교해 보면 매출에서 앞서는 삼성의 시가 총액은 애플의 25%에 불과하다. 공장 건물과 설비 등 유형 자산에서 애플을 능가하는 삼성의 가치가 시장에서 저평가 받는 이유는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영업 이익률은 기업 조직원들 전체가 총력을 기울인 결과물이며 능력평가 점수다. 지금처럼 생존에 필요한 마진 확보도 어려운 환경에서 영업 이익률을 높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해답을 사람에게서 찾는다면 결코 불가능한 목표도 아닐 것이다.

장벽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넘거나 부수는 2차원적 수단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넘자마자 또 다른 장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리적 난관을 같은 방식을 통한 해결은 노력 대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으로 창의적 생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일본의 혼다회사가 자동차 사업 진출을 준비하면서 엔지니어들이 원가를 낮추는 방법을 찾기 위해 경쟁사 자동차를 분석하며 연일 토론을 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던 소이치로 회장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자동차가 별 건가… 우리 오토바이 두 대를 부치면 되는 거지’ 이 한마디에 충격을 받은 엔지니어들은 경쟁사 자동차 대비 원가절감을 포기하고 원점부터 새롭게 시작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기업들이 사람을 채용할 때 빼놓지 않고 사용하는 문구가 창의적 인재를 찾는다고 한다. 그 인재의 의미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돈 벌어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직원을 뽑을 때 기준은 돈 버는 것과 동떨어진 잣대를 적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영업부 사원을 뽑는데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면접도 보지 못하고 서류심사에서 탈락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는 공부를 잘 하는 것과 돈 잘 버는 능력을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사람이 갖고 있는 많은 능력 중 하나일 뿐 모든 부분에서 우수함을 뜻하지 않으며, 학교 성적이 좋다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영업부의 인재는 자사 제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머리와 지치지 않는 열정 그리고 계속된 거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다른 재능을 갖고 있다. 축구를 잘하는 사람 중에도 공격을 잘 하는 선수와 수비를 잘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같은 내야수라도 1루를 잘 지키는 사람과 2 루 수비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선수가 있다.


천재적인 작곡가 베토벤에게 그림을 시켰다면 루벤스가 작곡을 했었다면 우리는 그들의 아름다운 음악과 멋진 그림을 감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자기 재능에 맞는 일을 할 때 에너지가 넘치며 창의적 인간으로 바뀐다.

기업 간 경쟁은 조직의 능력 대결로 귀결되므로 얼마나 많은 창의적인 인재들이 포진하고 있는지에 성패가 갈린다. 직원의 10% 정도만 창의적 인재로 변화시켜도 어느 업종을 막론하고 꿈의 목표인 20% 영업 이익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어려울 때 일수록 창의적 인재의 가치는 더욱 소중해 진다. 머리 좋은 사람을 찾기보다 재능 있는 사람을 찾아 적소에 배치하는 게 인사의 핵심이다. 인재란 스스로 있는 게 아니라 능력에 따라 잘 활용될 때 인재로 바뀌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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