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 체포과정 치사 범죄혐의 없다” 결정
에릭 가너를 사망케 한 대니얼 판탈레오 경관의 불기소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가 맨하탄 곳곳에서 펼쳐진 가운데 한 남성이 타임스스퀘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내 곳곳 항의 시위...제2 퍼거슨사태 우려
오바마 대통령. 드블라지오 시장 자제 촉구
스태튼아일랜드 길거리에서 불법 담배를 팔던 흑인 용의자를 졸라 사망케 한 백인경관에 대해 뉴욕주 대배심이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사고가 발생한 스태튼아일랜드는 물론 맨하탄 타임스스퀘어 등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집회와 가두 행진을 벌이는 등 시위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뉴욕시 당국은 자칫 이번 시위가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벌어진 폭동 소요사태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경찰력을 총동원해 대비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본보 7월19일자 A4면>
■뉴욕주 대배심 가해경관 ‘불기소’ 처분=뉴욕주 스태튼아일랜드지법 대배심은 3일 스태튼아일랜드 길거리에서 담배밀매 혐의를 받고 있던 에릭 가너(43)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조르기’를 하다 숨지게 한 대니얼 판탈레오를 기소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대배심은 지난 9월29일부터 체포 당시 촬영된 동영상 분석과 판탈레오를 비롯한 현장에 있던 경찰관에 대한 심문을 통해 표결을 실시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당시 동영상에 따르면 가너는 경찰의 단속에 걸리자 처음에는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말라며 판탈레오 등과 대치했다. 그러나 수 초 후, 한 경찰관이 가너의 뒤쪽에서 자신의 두 팔로 가너의 목을 감싸는 형태로 졸랐고, 이어 다른 경찰관들이 합세하며 그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들 경찰관은 천식 환자였던 가너가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호소했음에도 가너에게 수갑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한 명이 그의 머리를 짓누르는 장면도 포착됐다. 수갑이 채워진 가너는 그러나 길바닥에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곧바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뉴욕시경(NYPD)은 목조르기를 금지하고 있고, 뉴욕시 검시소 역시 가너의 사인을 ‘살해’라고 밝힌 점 등을 근거로 가너의 죽음은 경범죄자에 대한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워낙 판탈레오의 과잉대응이 명백해 그가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도 내다봤다.
불기소 처분의 당사자인 판탈레오 경관은 이날 결정이 나온 직후 “누군가를 해치는 것은 절대로 나의 의도가 아니었다”면서 “나와 가족은 가너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들이 나의 애도를 받아주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 드블라지오 시장 시위자제 촉구=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대배심 결정이 알려진 직후 ‘라커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참석을 취소했다. 대신 성명을 내고 “오늘 결정은 많은 뉴욕시민들이 원치 않는 결과임을 안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우리 뉴욕시는 이런 결정에 대해서도 비폭력 시위를 할 수 있는 전통이 있다”며 시위대에 평화로운 시위를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 문제(경찰의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는 미국이 오랜 기간 겪어온 이슈”라며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지역 주민과 경찰이 신뢰와 믿음 안에 있을 때까지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흑인사회를 위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뉴욕시장과 대통령의 발언과는 별개로 가너가 사망한 스태튼 아일랜드 일대와 맨하탄 주요 관광지 등 곳곳에서는 이날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밤늦도록 이어졌다.<함지하 기자>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