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공개 개인소장품 특별대여 공개
▶ 열두 폭 실경.여덟 폭 ‘문자도’ 등 눈길
뉴왁박물관에서 지난 9월부터 열린 한국특별전 ‘한국, 금강산의 나라’가 열리고 있다.
뉴저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뉴왁박물관은 1909년 개관 당시부터 한국 예술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이 한일합방을 한 해 앞두고 정변에 시달리는 사이, 지구의 반대쪽에서는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뜻을 모아 박물관을 연 것이다.
꾸준히 한국 작품을 모아오던 박물관 측은 1989년 마침내 한국 전용관을 마련하게 되었으니 올해가 25주년, 바로 은경축의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특별전에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약 500점의 한국 작품 중에서 가려 뽑은 것들과 함께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던 개인소장품을 특별 대여해 총 75점이 전시됐다.
1층의 남쪽 관에 위치한 전시실에는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 작가미상의 금강산 산수 병풍과 더불어 평양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열두 폭 실경 병풍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금강산 작품과 마찬가지로 평양의 모습도 붓으로 그린 지도라 할 만큼 사실적으로, 그리고 지명까지 상세하게 묘사됐다.
옛날 평양에 산적이 있는 노인들은 자신이 살던 곳을 대강 찾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같은 시기에 서당에서 아이들을 훈육할 때 썼음직한 여덟 폭 ‘문자도’ 병풍도 있는데, 이는 아이들이 배워야 할 여덟 가지 덕목들을 식물이나 동물의 이미지를 차용해 디자인한 그림이다.
또 1747년 겸재 정선도 그린 바 있는 금강산 ‘총석정’ 풍경화. ‘총석정’은 동해 속에 몸을 담그고 선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변에 면한 절벽 위에 세워진 정자, 혹은 집을 뜻한다. 선인들은 동해의 물속에 고고하게 서 있는 이 특이한 바위들을 ‘입석’이라고도 했고, 또는 네 명의 신선들이 내려온 곳으로 여겨 ‘사선봉’이라고도 불렀다. 후자는 한국 도교의 영향일 것이다.
불교의 영향을 직접 묘사한 작품도 있다. ‘병풍 앞에 앉은 스님’은 장삼에 새긴 구름무늬로 하여 천태종 종단임을 알 수 있고, 스님의 풍채나 차림새, 바닥에 깔린 카펫과 뒤에 펼쳐진 병풍은 크고 부유한 절의 스님임을 말해주고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것은 그림 속의 그림이라 할 수 있는 병풍의 제작기법이다. 전체가 갈색 톤인 이 풍경화는 ‘태우기’ 기법으로 제작되었는데, 뜨겁게 달군 쇠를 이용해 종이를 태우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전시실에서 제일 눈을 잡아끄는 것은 화려한 색상과 무늬의 비단 활옷과 그 뒤에 배경처럼 펼쳐진 작약꽃 병풍이다. 혼례 때 신부가 입는 활옷에는 다산을 뜻하는 붉은 색 바탕에 온갖 길조의 생물들과 무생물들이 현란하게 수놓아져 있고, 작약이 흐드러진 병풍은 혼례청을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을 듯하다. 활옷에 새겨진 무늬들은 사물을 통한 인간의 기원과 상징을 담고 있는데, 불교뿐 아니라 도교의 영향도 엿보인다.
1층 특별 갤러리의 소재는 주로 병풍이다. 한국에서 병풍은 바람을 막는다거나 공간을 구별하게 하는 기능뿐 아니라 혼례나 주요 행사, 또는 종교의식 등의 예식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내용도 그 쓰임새에 따라 달라졌는데, 대개는 여섯, 여덟, 혹은 열 폭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한국화는 대개 종이에 그렸고, 거기에 비단으로 가장자리를 두르고 잡아당겨 나무 테로 고정시키는 표구를 했다. 재료가 종이와 비단이다 보니 약하고 빛에도 쉬 상해서, 영구전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층 북쪽 갤러리에 전시된 한국관을 관람하기 전에 이 특별전에 먼저 들리는 게 순서일 것이다.
오후 1시 15분에는 무료 갤러리 투어가 있고, 단체일 경우에는 갤러리 투어를 특별히 요청할 수도 있다. 개장시간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2시-5시까지다. 뉴왁뮤지움 주소 49 Washington St., Newark, NJ 07102/ 전화번호는 973-596-6550이다. <한영국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