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새벽 1시께. 퀸즈 플러싱 파슨스블러바드와 38애비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경찰이 한 대의 차량을 멈춰 세웠다. 도로 중앙선을 조금씩 넘나들며 불안한 운전을 하던 이 차량 안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한인 김모(44)씨. 김씨의 차량 내부에선 술 냄새가 진동했고, 김씨의 눈은 붉게 충혈 된 상태였다. 경찰의 예상대로 음주운전이었던 것이다.

음주 자리가 잦은 연말 시즌이 다가오면서 한인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의식 전환이 다시금 요구되고 있다. 특히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27일부터 뉴욕시경(NYPD)을 비롯한 뉴욕일원 주요 경찰의 대대적인 음주 단속이 예고되면서 한인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한인 유흥가에 잠복해 있다가 잡는다
한인사회에 만연돼 있는 음주운전 관행을 익히 알고 있는 뉴욕시경(NYPD)은 이미 퀸즈 플러싱과 맨하탄 32가 유흥가를 중심으로 단속 경찰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특히 경찰들은 한인 식당이나 유흥업소들 주변에 잠복해 있다가 술을 마시고 나오는 한인들을 유심히 관찰한 뒤 차에 오르는 모습을 포착하면 곧바로 따라 붙어 체포하고 있는 등 고강도 단속을 벌이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대부분 플러싱에서 적발되는 한인 음주운전자들은 노던블러바드 160가 일대와 149가 먹자골목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서 사복 차림의 잠복 경찰 근무조로부터 체포되고 있는 상황이다.

■적발 및 처벌규정은
뉴욕과 뉴저지주는 혈중 알콜 농도가 0.08% 이상일 경우 현장에서 체포돼 검찰에까지 기소된다. 21세 이하 운전자의 경우 0.02%만 넘어도 적발된다. 지난 5일 적발된 김씨 역시 혈중 알콜 농도가 0.08%로 확인돼 이후 음주운전과 중앙선 침범 등 3개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판사 앞에까지 서야 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으로 체포돼 6개월 이상 집행유예나 조건부 기각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음주운전 측정 기계설치(Ignition interlocks)까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뉴욕은 음주운전으로 5회 이상 적발될 경우 평생 운전면허 재취득 자격이 박탈되기도 한고,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준비 중인 한인들 또한 음주기록 유무에 따라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한 번 음주운전이 평생의 후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음주한 후 1~2시간 쉬면 괜찮겠지?
일부 한인들은 소주 1병 정도를 마신 경우 1~2시간 가량 휴식하거나, 숙취해소 음료를 마실 경우 혈중 알콜 농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큰 ‘오해’라고 지적했다. 기분상 취기가 떨어진다고 해도 온몸에 퍼진 혈중알콜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음주 직후보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 혈중 알콜이 높게 나올 수 있는 만큼 잠깐 쉬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익명의 경찰 관계자는 “술을 마신 사람은 자신이 이미 술을 깼다고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알콜 측정기에 표시된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함지하 기자> 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