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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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네티컷/ 칼럼: 하나가 되자

2014-11-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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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철학교수)

서너 주 전, 김정은이 행방불명이라는 소식이 언론의 주요 관심사였을 때였다. 강의시간에 갑자기 카톡이 울리는 소리에 놀라서 들여다보니, 북한에 쿠데타가 일어나서 김정은이 체포되고 통일 논의를 위해 북한 대표가 이미 서울에 와 있다는 소식이었다. 한국 신문에는 보도 되지 않고 중국 신문에만 나왔다고 중국 신문 기사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장난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강의를 도저히 계속 할 수 없어서 강의를 취소하고 급히 사무실로 달려가 사실을 확인한 적이 있다. 통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쓰렸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이전투구 (泥田鬪狗)하는 한국 정치판이나 분열된 미국 동포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 한민족은 하나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국 또는 한민족을, 지금은 중국 한문에 기초한 ‘나라 한(韓)’ 자를 쓰지만 원래는 순수한 우리말의 “한” 이었다고 한다. “한”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에는 “하나” 라는 뜻과 “크다”, “많다”, “바르다”, “가득하다”, “같다”라는 뜻이 있다. 한나라, 한겨레, 한 뜻의 “한”이 ‘하나’ 라는 뜻 이라면, ‘한글’, ‘한길’은 크다는 뜻이요, ‘한 사발’은 가득하다, ‘한패’라고 했을 때는 ‘같다’는 뜻이다.


이 말의 뜻을 헤아려 우리를 살펴본다면 우리 겨레는 예부터 하나요, 같은 피를 나눈 형제자매라는 자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성품이 정직하고 인심이 풍성한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 바로 우리나라라는 뜻일 것 이다. 이런 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의 모습을 가리키기 보다는, 하나가 되어야 보다 더 안정되고 풍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상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민족은 하나 되기를 원했고 또 지금도 원하고 있으나, 별로 그렇게 살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통일을 원한다는 것은 단지 갈라져 있는 남과 북이 하나가 된다는 것 이상의 뜻이 있다. 요즈음 흔히 쓰는 영어 단어에 시너지(Synergy)라는 말이 그 뜻의 하나일 수 있다. 혼자 하던 일을 둘이 힘을 합쳐서 하면, 서너 배의 효과를 올릴 수 있고 또 일도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힘겹게 하던 일을, 둘이 합하여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함께 돕는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보람된 삶을 이루어내는 것과 같다. 하나하나가 합쳐서 둘이 되는 것이 아니라 셋이 되고 넷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한인 사회에도 헤아리기 어려운 많은 단체들이 있다. 비슷하거나 같은 목적을 위해 설립된 단체들이, 서로 힘을 합하거나 하나가 되는 것을 생각해 보자. 말 할 것도 없이 보다 큰 결실과 보람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인데…… 왜 우리 한인들은 그 많은 단체들로 분열되어 있는 것 일까? 하나가 되자는 이상은 예나 지금이나 그저 ‘한’이라는 말 속에 담긴 이상으로 만 남아 있는 것 일까?

이상을 이루는 일은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아득하기만 한 만리장성도 돌 하나하나를 힘겹게 싸 올려 이룩한 것이다. 통일이라는 민족의 큰 목표를 이루는 것도 벽돌을 쌓는 것과 같다. 우리 주변에 흩어져 있는 작은 모임들을 살피고 키우고 하나가 되는 일이 바로 큰 일을 위한 준비요 이런 준비 없이는 큰일을 이룰 수는 없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한 목표를 향해서 힘겹게 이루는 큰(한) 합창이 바로 우리 한 민족의 통일이 되어야 할 것 이다. 하나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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