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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아일랜드/ 법률칼럼: 쓰러진 남편

2014-11-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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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양<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파이퍼&최>

평생 단 한 번도 병이라고는 모르고 살아오셨던 분이었다. 병원에 가 본 적도 없으시고, 약을 드신 적도 없었다. 항상 본인 건강이라면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강인한 분이셨다. 그러한 분이 고요한 어느 한가을 아침에 조용히 쓰러지셨다. 뇌졸중이었다.

아내는 처음에 너무 어이없었다. 병원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시고 다행히 치료 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이어 후유증이 시작되었다. 전에 없었던 치매 증상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뇌졸중이 치매 증상의 원인은 아닌지 의심스러워 졌다.


남편의 거동은 계속 불편해졌고, 아직은 혼자서 옷을 입거나 용변을 보는 일이 가능했지만, 계속 증상이 악화될 경우 간병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시게 될 것이었다. 앞으로 아내마저 건강이 안 좋아지면 불가피하게 엄청난 비용이 드는 재활기관이나 요양원 신세를 져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가족의 현실은 이제 갑자기 암담해 졌다.

일반적으로 현행 미국 노후복지법은 서민과 중산층의 두 가지 권익을 어느 정도 보호한다. 우선, 부부 중 한 배우자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여 메디케어나 의료 보험으로 지불되지 않는 장기 간호 비용이 발생하면, 건강한 배우자가 재산과 수입을 모두 잃고 극빈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호를 베푼다. 이에 더해, 중산층 부모가 평생 모은 재산 중 적어도 일부분은 노후에 간호비로 모두 상실되지 않고 자녀들에게 상속시킬 수 있도록 부모의 재산을 어느 정도 보호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법의 보호가 자동적으로 베풀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법의 보호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법적 절차를 통해 법의 보호를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경우, 법은 장기 간호비로 집안 재산을 모두 상실하게 되는 위험이나, 막대한 세금이나 정부 혜택 재산 환수 제도로부터 중산층 시니어를 보호하지 않는다.

한 예로서, 일부 주에서는 중산층 부부 중 한 배우자가 뇌졸중이나 치매와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사고 능력을 상실할 경우, 중산층 환자가 메디케이드를 수혜할 수 있도록 법원 승인 청원 소송이 가능하다. 판사는 공인법원심사관을 의료기관으로 보내 환자와 가족 상황을 확인한 후 후견인 임명과 함께 메디케이드 수혜 조치를 승인할 수 있다.

또한 법원은 필요에 따라 부부의 집과 재산의 많은 부분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추가 재산 보호 조치도 승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 절차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일부 한인들은, 집안의 총재산과 부동산을 처분해 환자의 장기 간호비를 지불한다. 결과적으로 건강한 배우자는 말년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되며 자녀들이 상속할 수 있었던 유산도 영영 상실되고 만다. 생전에 하지 못했던 자선사업을 사후 자선단체 유산 기부로 하려던 분들의 계획도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불평등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지만, 서민과 중산층의 노후 준비와 관련해서는 법을 아는 자와 법을 알지 못하는 자의 차이 또한 큰 문제이다. 이에 더해 많은 정부 사회 복지 기관이나 의료 기관에게는 적극적으로 환자나 환자 배우자의 혜택 관련 교육을 베풀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정보 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지속된다.

따라서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장기 질환 환자를 돌보아야 할 경우, 환자의 배우자는 지역 정부 노인국, 평판이 좋은 비영리 노인 복지 기관, 치매 알츠하이머협회와 같은 특정 질병 관련 비영리 복지재단 및 협회들을 통해 교육을 받고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 분들은, 배우자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 총재산을 노후 간호 비용으로 상실하거나, 정부 혜택을 불법 수혜한 후 처벌을 받거나, 부모 재산을 미리 자녀 명의로 변경하는 조치와 같은 무리수가 초래하는 각종 고통으로 인해 괴로움을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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