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다른 미국인 매튜 밀러와 함께 2년만에
▶ 미 국가정보국장 ‘대통령 특사’자격 방북 교섭
북한에 억류됐다가 2년 만에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6·오른쪽)씨가 8일 워싱턴주 매코드 공군기지에 도착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씨와 재회의 기쁨을 누린 여동생 테리 정(오른쪽에서 두 번째부터), 어머니 배명희씨, 테리 정의 남편 앤드류 정씨가 차례로 서 있다. <연합>
북한이 그간 억류해 온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6)씨와 매튜 토드 밀러(24)씨를 전격 석방했다. 배씨는 2년만, 밀러는 7개월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에 파견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함께 평양을 떠난 이들은 미국시간으로 8일 오후 9시께 워싱턴주 매코드 공군기지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가족, 친지와 감격의 재회를 했다.
배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석방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 국무부 및 북한 정부에 감사를 표한 뒤 억류기간 자신과 가족을 지지하고 힘을 준 사람들에게도 고맙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억류 생활과 관련해 "놀라운 2년이었다.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이 성장했으며 체중이 많이 줄었다"며 "하지만 나는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여러분 덕분에 강하게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뇨병 등 지병이 있었던 배씨는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여전히 회복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북한 주민을 잊지 말아달라고도 당부했다.
배씨는 2012년 11월3일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뒤 지난해 4월30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고 올해 4월10일 북한에 갔다가 억류된 밀러씨는 9월14일 6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북한은 올해 4월29일 북한에서 억류된 또 다른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을 지난달 21일 전격 석방한 바 있다. 이로써 그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 모두 자유의 몸이 됐다.
미 국무부 관리들은 배씨와 밀러씨를 석방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지급한 대가는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두 사람의 안전한 귀환에 매우 감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무부도 이날 환영 성명을 통해 “제임스 클래퍼 국장과 더불어 미국인 석방을 위해 이익대표부로서 끊임없이 노력해온 스웨덴 정부를 비롯한 전 세계 우방에도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레이스 맹 뉴욕주 연방하원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배씨가 석방돼 더 할 수 없이 기쁘다”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배씨 가족에게 전했다.
배씨의 가족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여동생 테리 정씨는 "오빠가 집으로 오게 된 기쁨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온가족이 잊을 수 없는 추수감사절 선물을 기다리고 있다"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7일 배씨와 전화로 먼저 만난 아들 조나단씨도 “아버지가 예전의 모습으로 곧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행복해했다. 배씨는 가족과 집에 돌아온 후 첫 음식으로 피자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간 한국 음식만 계속 먹었기 때문에 한국음식은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배씨의 부인과 자녀들은 아직 시애틀에 도착하지 않아 본격적인 가족 재회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추수감사절 전에 가족 전체가 모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조나단 배씨가 전한 아버지와의 통화 내용에 따르면 미국인 2명에 대한 석방은 공지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워싱턴 외교가는 북한의 이번 석방조치에 대해 유엔 차원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을 계속 억류하고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이달 11∼12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압박정책을 유지하는 양국에 유화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석방만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나 북미관계의 변화를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과 함께 북비 추가접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주도권 상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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