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라멘토 수도장로교회 담임드디어 오래 전부터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일의 열매를 맺게 되었다. 책 한 권 쓰는 일이다. 꽤 오래전부터, 넓게는 한 기독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좁게는 한 지역교회의 목회자로서사역하는 일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결국은 항상 ‘삶’이 문제가 되는데, ‘그리스도인’이라는 타이틀을 껴안고 사는 삶이란 도대체 어떤 거야 할까 하는 주제였다.
이런 일을 할 때마다 부담이 되는 건 내가 시도한 이 일이 ‘불필요한 추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상상이다. 서점에 가 보라. 인생살이에 대한 정말 수많은 관점들이 빡빡이 진열되어 있다. 하룻밤자고 일어나면 사실 기억도 잘 되지 않을 책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기독교 서적은 더 그렇다. 그런데 내 나름대로 기여한답시고 낸 책이 독자들에게 오히려 더 혼미함만 가져다주는 것은아닐지, 이런 고민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매주 입으로 공식적인 ‘말의 사역’을 해야 하는 내 처지가 약간은 힘들게느껴졌는지(매주 설교해야 하기에), 시간을 두면서 내 생각을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글의사역’이 더 편한 길 같다는 생각을 해 오곤 했다. 그래서 갈수록 말하기보다는 글쓰기가 더좋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마음이 점점 무르익어 가던 즈음 컴퓨터 자판기에 내 생각들을본격적으로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게 이 책이다. 책 제목은 <수동태인생을살다>이다.
삶은 하나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자세는 관점이고 방향이다. 삶은 행동보다는 그 행동을주장하는 원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삶에 대한 평소의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의삶은 특별히 더 그래야 한다. 신앙의 원리를 잘 세워서 흔들리지 않게 한 다음, 그 원리에 근거해다양한 신앙적 적용들을 해 나가는 게 그리스도인의 삶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나의 생각들을 다룬다.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는 역시 하나님이다. 특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와사랑이 우리의 신앙의 전 영역을 포괄한다.
이 사실을 얼마나 잘 깨닫고 느끼며 경험하는가에신앙의 모든 게 달렸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것’에 대한나의 ‘반응(reaction)’이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그 반응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앞서 말한대로 ‘자세’이다. 그러니까, 신앙인들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능동적으로’ 보여 주신은혜를 대하며 그냥 ‘수동적으로’ 잘 서 있어야(잘 반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앙은 그런 것일뿐이지 그 이상 그 이하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히 그 사랑은 성자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잘 압축되어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려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잘쳐다보면 될 것이다. 그냥 쳐다보며 서 있는 그 자세, 그걸 놓고 나는 문법적 용어를 빌려‘수동태’라고 표현해 보았다. 그래서 신앙인의 인생은 ‘수동태인생’이다. 이 책 안에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 목회 현장의 이야기들, 그리고 관련 성경구절들에 대한 해석과적용들이 나온다. 미국 이민 온 지는 25 년, 목회한 지는 23 년, 그 중 담임목회를 해 온 북가주이곳에서의 삶은 17 년하고도 반이다.
신앙서적이라고 해서 지루한 이론들만 나열한 건 아니다. 인생의 중심이 되는 현실적 주제들을 그 긴 시절들에 있었던 다양한 경험들과 함께 다루었다. 예를들어 이런 주제들이다. 인생의 광야성, 잘 받아들이기, 굳이 설명하지 않기, 죽음 환영하기, 그리고신자에게 성경과 교회와 기도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같은 것들이다. 유명한 작가도 아닌데다 잘알려진 대형교회 목회자도 아니기에 책 내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
하지만 한 신앙적 붕우의물심양면의 후원으로 드디어 낯을 내밀게 되었다. 한 달 안에 미국에 도착할 것 같다. 그 동안신문지상의 내 글을 아껴 주고 읽어 주심 정말 감사드린다. 이젠 출간된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게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