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마다 컴퓨터·엔지니어링 등 공학 치중
▶ 스티브 잡스와 애플 신화 ‘인간중심’ 교육 평가
대학에서 인문학적인 토양을 갖추는 것은 어떤 직업이든 중요한 소양이며 자녀들을 키우면서 장래에 그 시대에 맞는 인재로 키워 나갈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에 맞춰 능력 있는 자녀를 키우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 대입 가이드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자녀를 키우면서 그들 대학졸업 이후의 인생에 대해서 먼 장래를 내다보는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분야는 엔지니어, 컴퓨터 공학 등 사회문명의 발전도구에 관련 있는 분야들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분야는 대학을 졸업한 뒤 상당한 보수와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 지금도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들은 스템(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 Math) 분야 강화에 여전히 주력하고 있고, 연방 정부에서 이 분야의 지원이 많은 탓에 과학과 인문 계열 간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현실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연구가 가치 및 갈등의 이슈나 철학적 질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능력들이 과학자나 공학자 그리고 사업가들에게 얼마나 필수적인지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스탠포드 대학은 최고 인기과목이 컴퓨터 공학이며 인문계열은 인기 전공순위 5위 안에 들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의 인문계열 교수진 비율이 전체 45%인데 학생 비율은 15%라는 사실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하지만 이것은 스탠포드 대학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내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실제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대학들이 인문계열 정원을 줄이고 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지난해 펜실베니아주의 에딘보로 대학은 독일어와 철학, 세계 언어와 문학 과목들을 폐지했다.
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하버드 대학의 인문계열 학생수가 20%가 감소했고 인문계열 학생들이 다른 분야로 전공을 바꾸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발표도 있었다.
현대 문명사에 한 획을 그었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그의 최대작품인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새롭게 평가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 사람이 생각하고 꿈꾸는 것을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고, 다시 이를 현실의 세계에 적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다름 아닌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언젠가부터 결국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이디어가 관건이 된다는 사실을 중요한 현안으로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전화와 PC, 그리고 인터넷이란 현대사회의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활수단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결국 PC의 종말을 가속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 역시 출발은 인간의 편안함과 효율성을 강조했던 스티브 잡스의 인간중심 철학이 IT기술과 융합하면서 엄청난 혁신을 불러온 것이다.
어떤 특별한 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상상을 통해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상품이나 기업 경영의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 바탕에 필요한 유연한 사고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의 가치를 기업들이 다시 생각하고 있다. 기술만 가지고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아이디어 계발에 한계가 있다는 기업들의 현실이 이같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디지털 시대에 기업들이 인문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한국의 기업들도 유행처럼 인문학 소양이 있는 직원들을 뽑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취업 준비생들은 벼락치기로 인문학 소양을 키우기 위해 족집게 과외를 하듯 한국사 수업을 듣고 인문학 서적 60개를 요약해 둔 책자를 구입한다고 한다. 참 우스운 얘기 같지만 이것은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수능 준비하듯 답을 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알아보는 질문들에는 뚜렷하게 한 가지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정답이 없으니 자신의 생각으로 정답을 만들어 얘기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자기 성찰이 잘 된 인재들을 채용하고 싶어 한다. 그들이 묻고 있는 인문학적 질문은 지원자들의 자아성찰을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척도가 된다. 또한 기업들은 새로운 기업환경의 변화로 주체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지닌 인재들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정답 없는 질문에 답을 해결해 나가는 논리력이나 사고력으로 문제 해결의 주체성을 평가해 볼 수 있다.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지를 판단해 보면서 그들의 가치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기업은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주인 의식을 지닌 인재를 원하고 있다. 답이 없는 질문은 주체적 사고를 평가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답을 외워서 말하거나 획일화된 답을 하는 친구들이라면 일정한 틀 안에서 생각하고, 틀에 따라 시키는 대로만 일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공교육은 주체적 사고보다는 수동적으로 답을 외우는 교육에 포커스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많은 학부모들은 주체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해결하는 문제해결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이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런 학부모에 의해 키워진 자녀들은 아무래도 미국식으로 교육 받은 자녀들과 비교해서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더 이상 엘리트 그룹은 단순하게 지식이 많은 자가 아니다. 진정한 엘리트는 새로운 지식으로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만들 수 있는 창조자이어야 한다. 우리는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인문학 강의를 하는 강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제는 창의력과 통찰력에 관한 부분이다. 사회 인식체계의 대전환으로 인해, 지식의 가치가 차츰 변화하고 있다. 평범한 인식의 연속보다는 어떤 특별한 생각이 창출되어 그 생각으로 바꾸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엘리트였다. 한 분야를 깊숙이 파고 있는 전문가를 원했다면 이제는 제너럴 리스트, 즉 융합으로 기존의 지식을 새로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폭 넓은 시야와 가치 창출 능력을 지닌 인재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공학도에게 인문학을 요하고, 경영학도에게 예술적 능력을 원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지식의 시대를 넘어 창조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권위 있는 누군가의 역사적 시각이 아니라, 내 스스로 사고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이 단지 기업의 문제만은 아니다. 교육의 트렌드 전체도 마치 인문학이 모든 해답인 것처럼 끌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원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인문학이 아니고 생각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주목하라.
기업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신입사원 채용뿐 아니라 기존 임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원하지만 막상 인문학 전공자들을 꺼려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인문학의 열풍이 분다고 해도 인문학 전공자를 우대하는 것이 아니고 예를 들면 컴퓨터 공학에 인문학 소양까지 갖춘 인재를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키우면서 그들이 20년 혹은 그 이후의 세상에서 어떤 인재를 찾고 있고 그 시대에 맞는 인재로 키워 나가야 한다. 우리의 눈높이에 맞춘 현실에 묶어둔 교육이 아니고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의 현실에 맞추어 교육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양육이며 교육이다.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시니어 디렉터>
855-466-2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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