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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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약한 미국인들, 문제는 무엇일까?

2014-09-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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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빗 김

오늘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실린 엘리자베스 그린(Elizabeth Green)의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 수학을 못하는가?’(Why do Americans stink at math?)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좀 더 나은 선생님 만들기’(Building a Better Teacher)라는 책을 쓰기도 한 엘리자베스 그린은 이번 기사에서 미국 학생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성인을 포함한 미국인들이 수학에 약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햄버거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미국인들이 수학에 약한 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일이 1980년대 초에 있었다. A&W 레스토랑이 맥도널드의 ‘쿼터 파운더’(The Quarter Pounder, 1/4파운드 햄버거) 메뉴에 경쟁하기 위해 새로이 ‘서드 파운더’(The Third Pounder, 1/3파운드 햄버거)를 출시하면서 나타났다.


소고기를 1/3파운드나 쓴 A&W의 새로운 햄버거는 맥도널드의 쿼터 파운더에 비해 고기의 양이 많다는 것뿐 아니라, 시식 평가 결과에서도 우위를 보이면서, 소비자의 입맛을 얻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했다. A&W는 텔리비전과 라디오 마케팅 광고를 통해 이를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맥도널드의 쿼터 파운더에 비해 여러 모로 더 나은 자사의 서드 파운더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비자들은 A&W의 새로운 햄버거 대신에 여전히 맥도널드의 쿼터 파운더를 선택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A&W는 포커스 고객 조사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햄버거 출시 실패의 이유를 찾게 되었다. ‘서드 파운더’는 미국인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분수’ 시험을 보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험 결과는 처절했다. A&W의 새로운 햄버거 이름은 분수에서 1/3이 1/4보다 크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미국인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했다.

포커스 고객 조사의 대상자들은 질문자에게 A&W의 햄버거가 더 비싸기에 여전히 맥도널드의 쿼터 파운드를 선택한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리고 어째서 서드 파운더가 더 비싸냐는 질문에 1/3의 3이 1/4의 4보다 적은데 왜 같은 돈을 내야 하냐고 대답한 것이다”

참으로 서글픈 미국 수학교육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엘리자베스 그린은 미국 수학교육의 문제를 짚은 이번 기사를 통해 미국인들이 수학을 못하는 이유로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을 지적하고 있다. 즉 미국 수학교육의 실패는 머릿속에서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번에 걸친 교육개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수학교육은 문제풀이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풀이 과정이 실제 생활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찾기 보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학교육의 결과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이상한 나라의 학문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수학은 학교를 졸업한 후에 별로 쓸 데가 없는, 그저 공부를 위한 공부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의 매일의 삶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숫자, 문자, 기호가 조합을 이루고 있는 이상한 시스템으로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고치려고 한 것이 새로운 ‘CCSS’(Common Core State Standards)의 핵심이기도 하다. 즉 학생들에게 수학을 억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왜 수학이 필요한지, 수학이 실생활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먼저 가르치게 하도록 격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수학교육 방식들, 즉 기계적인 문제풀이 과정 및 공식 암기에 의존하는 수학교육을 지양하고, 그 과정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으로 가르치도록 격려하고 있다. 각각의 수학적 원칙이 진정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전의 교육개혁 때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새로운 접근에 대한 지침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즉 이렇게 가르치라는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제시되지 않은 것이다. 나머지 모든 몫이 교사 각자에게 주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적인 교사 트레이닝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이제는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새롭게 나아갈 시점이다. 새로운 지침을 교사들에게 그저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침을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하나하나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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