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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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시대’ 수백달러면 살 수 있고 활용 무궁한데 승인거부 왜?

2014-07-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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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 제작사 - 수백만달러 제품 팔려고 로비 통해 까다로운 규정

▶ 대기업 제작사 - 상업화보다 안전이 우선 군사-취미용 시장 달라

무인기(드론) 시대가 도래했다. 적진 탐지에서부터 저격 기능을 갖춘 군사용 목적 등 기존에 알려진 드론의 용도를 뛰어넘어 요즘은 아마존의 배달부 기능까지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드론시대는 아직 준비단계다. 안전 등을 이유로 연방 정부가 마켓 개방을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소형 드론의 상업화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형 드론 제작사들은 연방 정부가 군용 드론 등을 제작하는 대기업들의 로비에 막혀 드론의 상업화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최근 드론 상업화의 현주소를 진단 보도했다.

보잉과 노스롭 그루만 등 굴지의 항공우주사들이 미국 등에 군사용 목적으로 수천여대의 무인기를 판매했다. 이들 무인기는 고성능으로 가격도 비싸다. 어떤 제품은 날개가 보잉 737보다도 더 길고 9,300만달러나 나가는 것도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회사들인 ‘프리시존혹’ ‘SZ DJI 테크놀러지’는 가볍고 가격도 저렴한 제품 생산에 집중한다. 이들 제품은 주택 인스펙션이나 영화 촬영, 농업작황 확인 등의 목적에 상용된다. 대부분 핸드 캐리가 가능한 소형으로 일부 제품은 월마트에서 수백달러에 구입할 수도 있다.


군사용과 상업용은 물론 정밀도에 차이가 있고 고객들의 층도 다르다. 대기업들은 군사용을 만들고 중소기업들은 취미용으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시장 타겟이나 제작은 달라도 이들이 직면한 공통된 당면과제가 있다. 지지부진하게 진척이 없는 연방 정부의 무인기 승인 여부다.

연방 항공청(FAA)은 드론을 허가 없이 상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지만 많은 영화 제작자나 농업 종사자들은 사실 정부 승인 없이 소형 드론을 사용해 오고 있다.

FAA는 현재까지 알래스카에서 2개의 상업용 드론만 승인해 준 상태다. FAA는 올해 말께나 소형 드론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제안할 예정으로 있다.

▲“대기업이 시장 개방방해”

많은 소형 드론 제작회사들은 연방 정부의 지지부진한 결정을 기존 대기업들의 반대로비 때문이라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회사들의 드론시장에 일종의 장애물을 설치하기 위한 엄격한 규정을 만들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드론 제작사 ‘마이크로드론스 GmbH’의 스벤 주에르스 대표는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그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드론 생산 대기업들이 규정을 미루고 그때까지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대형 드론을 만들어 가능하면 많이 팔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이를 전면 부인한다. 기업들은 의회에 규정마련을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지만 FAA가 안전이 보장돼야지만 모든 드론 제작사들의 제품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항변했다.


대형 드론도 제작하는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사의 존 랭포드 CEO는 “근거 없이 돌아다니는 소문”이라면서 “대기업보다 드론 규정의 안전한 발전에 진정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없다. 이는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가장 큰 손실을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형 드론이 대세 이룰 것

일부 옵서버들은 드론업계는 과거 첨단분야가 갈수록 값도 싸지고 기능도 축소되는 소형 제품들이 기존의 고가의 제품들을 제치고 마켓을 점유하게 된 역사를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0년대 대형 기업형 컴퓨터가 개인 컴퓨터로 전환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2009년 캘리포니아에 드론 제작 ‘3D 로보틱스’를 설립한 크리스 앤더슨 와이어드 매거진 전 편집장은 “대기업 우주항공사들이 이 분야의 중앙 컴퓨터라면 우리는 개인용 컴퓨터”라고 비교했다. 이는 모든 산업에서 통용되는 법칙과 마찬가지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포유류가 출연할 때 그들은 작고 애처롭게 보였지만 더 빠르고 더 똑똑해 진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정부, 대기업 공모해 규정 조작”

드론 옹호론자인 새크라멘토의 패트릭 에간은 2007년 FAA가 상업용 드론의 사용을 실질적으로 금지하자 수제품 드론을 이용, 운영해 오던 상업용 사진촬영 비즈니스를 접어야 했다. 에간은 드론 뉴스 웹사이트를 만들어 FAA와 대기업 우주항공사들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그는 양측이 공모해 규정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올랜도에서 열린 드론 트레이드 쇼를 수일 앞두고 에간은 팟캐스트를 통해 소형 드론 제작사들과 사용자들을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브리지가 내려다보이는 한 장소에 초청해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에간은 컨퍼런스 출연진들에게 샌드위치와 소다, 쿠키 비용으로 15달러를 받았다.

반면 올랜도에서 열린 4일간의 트레이드 쇼에서는 수천명이 참가했고 록히드 마틴,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같은 대기업 수십 곳이 참석했다. 특히 매일 오후에는 무료 주류가 제공됐고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에 있는 위자딩 월드 오브 해리 포터에서 네트워킹 갈라행사가 있다는 등 화려한 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에간은 그의 컨퍼런스에서 FAA 자문위원회를 강력히 비난했다. 이 위원회에는 우주항공 대기업들의 경연진들이 의장직을 맡아 업계에 해가 되는 규정을 조언해 주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위원회가 표준규격 선정회사인 ASTM 인터내셔널을 앞세워 FAA에 드론 제작사들이 가격이 비싼 품질보증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군대에서 사용하는 표준 매뉴얼을 제작하도록 의무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차고에서 품질보증 팀을 꾸릴 계획인데 어디서 이런 첨단팀을 갖춰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ASTM 위원회 위원장인 테드 위트반노우스키 ‘어어로바이런먼트’의 전 대표는 130명의 멤버들의 의견을 수렴해 권고한 것이며 위원회 멤버십은 매년 75달러의 회비만 내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부인했다. ‘어어로바이런먼트’는 미군에 가장 많은 무인기를 판매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잉 소유 드론 제작사인 ‘인시트’의 대정부 공보담당인 펄 맥퍼피는 “우주항공사들은 모든 드론 제작사와 사용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규정을 위해 로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옳던 그르던, 무관심이던 간에 (에간) 역시 여기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드론그룹인 ‘국제 무인운송시스템’ 협회의 마이클 토스카노 대표는 “분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결”이라며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무인기 판매규정을 서두르지 않아도 방위산업체라는 또 다른 분야에 판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규모 제작자들은 과일은 보이는데 수확해 먹지는 못하는 형국이 돼 버렸다고 그는 분석했다.

▲기존 회사들도 상업용 드론 개발 중

비록 대부분의 기존 무인기들은 대형이고 값도 비싸지만 몇몇 기업들은 상업용 시장을 겨냥해 소형 드론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에어로바이런먼트’는 ‘큐브’라는 4개 프로펠러 장착 소형 쿼드콥터를 제작해 지역 경찰국에 판매하고 있고 ‘록히드 마틴’은 이미 옷가방에 접어 넣을 수 있는 자사제품 ‘인다고’ 쿼드콥터를 농업용으로 리스해 주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아직은 저가의 드론을 찾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면서 주요 고객층은 군대와 대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드론 컨설턴트로 일하는 안드레스 누만 전 미 공군 드론 조정사는 항공우주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드론이 상업용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기능도 높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래스카 BP와 같은 대기업들과의 대형계약을 맺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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