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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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릿과 워싱턴이 보는 하반기 경제

2014-06-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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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마스 박 - 알기 쉬운 경제

▶ CEO & Investment Manager iMacro LLC

미국의 1ㆍ4분기 GDP가 마이너스 2.9%로 최종 집계되었다. 작년 이맘 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월스트릿 경제학자들은 2014년 1ㆍ4분기 경제가 3~3.5% 정도는 성장해 줄 것으로 예견했었다.

지난해에 내놓았던 분석가들의 예상이 무려 5.9% 이상 빗나갔다. 쉽게 말해서 미국의 경제가 뜬금없이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GDP 최종집계 발표가 있었던 수요일의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세로 마감되었다. 월스트릿은 이번 데이터 속에 포함돼 있는 부정적인 요소 중에 굵직한 것들을 임시적인 현상(outlier)으로 간주했던 것이 주식 상승의 원인이었다.


물론 그 날 있었던 POMO(Permanent Open Market Operation, FRB의 유동성 제공 프로그램)의 규모가 매우 컸었기 때문에 증시에 추가된 유동성이 주식시장을 밀어 올리는 힘이 돼 주었던 영향도 있었다.

1분기 GDP가 크게 떨어졌던 대표적인 이유는 소비가 +3.1%에서 +1%로 하향조정 되었기 때문인데, 사전 집계에서 +9.1%로 산출됐던 의료 서비스 지출이 최종 집계에서는 -1.4%로 내려가면서 GDP를 1.27% 감소시켰던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GDP를 산출하는 BEA(Bureau of EconomicAnalysis)는 그와 같은 대규모 감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 관계자들은 아직 미궁에 빠져 있다.

펀드 매니저들이 이번 GDP 넘버를 임시적인 잡음(noise)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1분기 이후에 발표되고 있는 4월과 5월의 경제 데이터가 강력한 경기 반등세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올해 총 노동시간이 3.7% 늘었고, 산업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5% 증가했으며 주요 영구재 주문도 5.8% 증가되었다. 게다가 자동차 판매량은 연중 최고치로 뛰어오르는가 하면 제조업지수 PMI(Purchasing Manager’s Index)도 55를 뛰어넘어 생산분야의 경기가 그야말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1분기의 GDP 집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월스트릿의 논리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더불어 FRB가 리포트하는 소비자 대출액이 최근 들어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고 소비자 신뢰지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경기를 낙관적일 것으로 전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GDP가 그들의 예상을 크게 밑돌았던 것은 임시적인 요소들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으로 간주하고 임시적으로 급감된 것들은 다시 반등할 확률이 클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들이 말하는 임시적인 요소들은 지난겨울의 강추위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기업들의 재고량 급감, 그리고 기업들의 설비투자 활동의 잠정적 관망을 가리킨다. 따라서 그들은 그와 같은 임시적 악재들이 봄과 여름으로 접어들어 크게 반등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2분기 성장률 전망을 본래의 3.8%에서 4%로 상향 조정했다.

메릴린치도 역시 1분기 넘버들을 임시현상으로 보면서 2분기 성장률 전망을 본래의 4%로 유지하고, 3ㆍ4분기의 평균 성장률을 3%로 잡았다. 그들도 역시 겨울을 벗어나면서 기업들이 재고량을 축적시키기 위한 생산 활동 증가와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폭이 경기 반등의 모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릿의 예상대로 하반기의 전망이 그처럼 강력하다 하더라도 2014년 전체의 GDP는 불과 +1.7% 수준에 그치게 된다. 그것은 지난해에 FRB가 예상했던 3.5% 성장률과 6월19일에 하향 조정시켰던 +2.2%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월스트릿 금융계와 워싱턴 정치계는 어두운 현실을 기대의 꽃향기로 모면하고 있다. 금융계는 산봉우리 끝까지 올려놓은 증권과 부동산 시세를 떨어지게 놓아둘 수 없고 정치계는 적어도 11월4일 중간선거 전까지는 이 현실을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213)703-7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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