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세놓기 “장난 아니네” 주인이 꼭 알아야 할 사항
▶ 악덕 입주자 내보내는데 2~3개월·변호사비까지 내야, 관리 자신 없으면 렌트 전문업체 위탁·수리보험 가입
경험이나 준비 없이 집을 렌트해 줬다가 렌트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한인타운 인근에 2유닛 아파트를 소유한 김모씨(60·여)는 뒤채에 세를 준 테넌트가 막무가내로 버티는 바람에 혼쭐이 났었다. 입주한지 4개월 만에 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세입자를 퇴거하느라 5개월이나 렌트비를 받지 못한 데다가 변호사 비용까지 내야 했다. 김씨는 “테넌트가 점잖게 생기고 말도 잘해 크레딧 조회도 없이 세를 놓았는데 나중에는 막말까지 들어가며 내보내야 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LA의 영박씨(50·여)는 10여년 전 투자용으로 라스베가스에 사둔 집을 세줬다가 혼이 난 케이스다. 세를 사는 테넌트가 이웃집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었고 나중에는 유틸리티 회사의 전기와 개스, 물까지 훔쳐 쓰다가 적발된 것이다.
박씨는 “이들이 훔친 유틸리티 비용 수천달러를 대신 배상한 것은 물론이고 집 전체 전기배선을 다시 하고 전기를 받는 두꺼비집까지 모두 교체한 후에야 새 전기계량기 설치를 위해 카운티 정부로부터 검사필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들이 퇴거한 후에야 전기를 훔치려고 집 계량기를 모조리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가 가격이 맞지 않아 렌트를 줬던 토랜스의 장모(56·남)씨는 계약과는 달리 집에 2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는 것을 알고 변호사를 고용해 가까스로 내보냈다. 집주인이 법적으로 60일 이내에 확인하지 못하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듣고 테넌트를 달래느라 힘들었다고 장씨는 말했다.
장씨가 살던 집을 렌트를 주고 아파트로 간 이유는 장씨의 집이 에퀴티가 없는 일명 ‘깡통’주택인데다가 2,800달러를 내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감당하지 못해 팔려고 내놓았지만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에이전트의 권유로 집을 2,500달러에 세주고 페이먼트가 절반에 못 미치는 1베드룸 아파트로 부인과 이사를 갔던 것이다.
장씨는 집에 타인종 부부만 사는 줄 알고 계약을 해줬는데 이웃집의 전화를 받고서야 이들 부부가 자신들을 살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서브리스로 방을 빌려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씨는 “갑자기 건물주가 돼 이것저것 알아보지도 못했다”면서 “처음에는 이들 부부가 인종차별을 들고 나와 겨우 설득해 쫓아냈다”고 말했다.
요즘 경험이나 사전 조사 없이 테넌트를 들였다가 금전과 시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렌트 경험이 없는 주택 소유주들이 테넌트를 구할 때는 신청자에 대해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비 부동산의 준 정 부사장은 “세를 든 타인종 남성이 자신은 살지 않고 서브리스로 테넌트를 들여 돈을 받다가 퇴거소송에 들어가자 인종차별이라며 1년 넘게 버틴 사례도 있다”면서 테넌트에 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세를 주는 집주인이 주의할 점을 정리한 것이다.
▲입주 전 테넌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테넌트에 대한 조사비용은 20~30달러 정도다. 나중에 질 나쁜 테넌트를 받았다가 들어가게 될 경비에 비하면 훨씬 싸다.
테넌트에 대한 조사는 테넌트가 퇴거소송을 당한 적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을 조회하는 것이다. 어떤 테넌트들은 사전 조사를 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공짜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수개월을 살기도 한다. 특히 다세대 주택의 경우 렌트 컨트롤 등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이주비용을 요구하는 악덕 테넌트들도 적지 않다.
준 정 부사장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퇴거소송은 2~3개월 소요된다”면서 나쁜 테넌트들은 이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질 나쁜 테넌트의 유형을 설명하면서 “처음에는 렌트비를 내지 않고 눈물겨운 사연이 있는 것처럼 꾸민다”면서 “집주인은 몇 개월 뒤에나 테넌트가 고의로 체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퇴거소송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법원 재판날짜가 잡히기까지 또 2달가량 소요되고 법원 퇴거명령이 떨어져야 테넌트가 나가게 돼 결국 테넌트는 수개월을 공짜로 사는 셈이다.
테넌트 퇴거소송법은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건물주는 자신이 거주하는 주의 법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야 어려운 상황에 발생할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준 정 부사장은 “사실 대부분의 법원이 집주인과 테넌트 문제가 발생하면 테넌트의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어떤 주는 집주인이 테넌트에게 납 성분 페인트와 연방 주택도시개발국(HUD)의 테넌트 권리 책자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2년 실형의 처벌을 하도록 하는 등 주별로 조금씩 다르다.
▲집 수리보험을 구입한다.
집을 수리하는데 익숙하지 않다면 렌트 주택관리 전문업체에 관리를 의뢰하거나 집수리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보통 주택관리 전문회사는 월 렌트비의 10%를 관리비로 갖는다. 대신 관리회사가 렌트비를 받고 집수리를 맡는 등 집 주인이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을 책임져 준다.
직접 관리를 하려는데 집 수리에 익숙하지 않다면 큰 규모의 수리나 가전제품을 커버해 주는 주택수리 보험을 들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통 보험료는 연 400달러 정도다.
▲기본 원칙을 세운다.
애리조나 스캇데일과 네바다 리노에 여러 채의 렌트용 주택을 소유하는 브르스 스펙터는 집에 사는 사람의 수와 자동차 수를 정확하게 제한하라고 조언했다.
스펙터는 혼자 사는 여성과 아이가 세 들어 이사 왔다면 “남자 친구 또는 자녀가 있는 남자 친구가 언제라도 들어와 함께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많은 테넌트들이 이사를 나갈 때 깨끗하게 청소를 하지만 어떤 경우는 집을 엉망으로 해놓고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LA시 주택국의 이안염 수사국 매니저는 아파트 소유주를 위한 세미나에서 “아파트의 경우 4명사는 집에 그 이상의 사람들이 들어와 산다면 계약 후 60일 이내 확인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를 인정해 주는 것이 된다”고 조언했다.
▲주택 책임보험에 테넌트가 포함됐는지 확인한다.
주택 소유주 보험이 테넌트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험에 테넌트가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 누군가가 집에서 다쳤다면 주택 소유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이 돼라
요즘 크레딧 기록이 완전한 테넌트들이 많지는 않다. 다시 말해 700점 이상의 크레딧 점수를 가진 테넌트만 고른다면 아마 집을 오랫동안 비우는 상황도 벌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크레딧이 사실 중요한 부분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렌트 기록과 직업의 안정성을 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간혹 현금을 들고 찾아오는 테넌트들이 있는데 이것 역시 좋은 징조를 아니다. 스펙터는 “6개월치 렌트비를 현찰로 선금 지급하겠다는 테넌트가 2명 있었지만 입주 허락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현금 거래를 제안하는 테넌트는 대부분 재정문제로 은행구좌를 개설하지 못하거나 기타 범죄에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