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녀를 교육시키고 있는 부모 세대들은 성적표에 대한 묘한 향수를 느낄 것이다. 1등을 했거나 잘했으면 부모님께 빨리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고 그 반대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숨기거나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미국 학교의 성적표도 사실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성적은 한 학기 혹은 한 해 동안 자신의 학업성적을 비롯한 출석사항, 행동 등 학교에서 일어난 모든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우수 학생의 경우 당연히 성적표가 우수할 테고 문제 학생의 경우 반대로 학교생활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성적표를 받아든 부모는 누구나 과목별 성적과 이를 종합평가한 GPA만을 유심히 살핀 뒤 학교생활을 평가하게 된다. 즉 결과만을 볼 뿐, 그 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기사도 행간을 읽어야 그 문장에 숨은 뜻을 알 수 있듯이 성적표를 통해서 학생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눈여겨보는가>
1. 학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학점이다. 학점을 통해서 자녀의 학업성적이 향상되고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악화되고 있는 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혹은 어떤 과목을 잘 하는 지 성적표에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
자녀가 이과계통의 과목에는 관심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하는 데 간혹 수입이라든가 안정성을 고려해 의사, 약사, 엔지니어 등을 목표로 대학 진학과 전공을 결정할 것을 권고하는 부모들이 있다.
성적표에 나온 자녀의 성적을 보면서 객관적으로 자녀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자녀의 불행은 사실 부모의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자녀의 성적표를 보면 자녀의 미래가 어느 정도 감지된다고 할 수 있다.
2. 필수과목
필수과목들을 제대로 선택하고 있는 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태과목만 잔뜩 신청해 놓고 필수과목은 모자란 가운데 학점이 좋다면 이는 속빈 강정이다. 내실이 제대로 기해졌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선택한 과목별 성적으로 살펴보고 전체 성적을 보도록 한다.
과목들 가운데는 고등학교 때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들이 있다. 그리고 졸업에 필요한 것과 대학 입시를 위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런 필수과목들은 대부분 1년 코스이기 때문에 학업에 충실하지 않을 경우 좋은 성적을 받기가 힘들어지며, 만약 1학기에 낮은 성적을 받았다면, 당연히 2학기에는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이를 만회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 과목들은 초반부터 좋은 학점을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3. 출석
분명히 아이가 등교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부모가 모르는 결석이 있었다면 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출석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성적에서도 문제가 있는 부분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학교를 빠지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부모가 모른 채 한 학기, 두 학기가 지나가다 보면 나중에 학교에서 부모에게 통보가 날아올 수도 있고 한 순간의 방심으로 문제아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공부를 잘 하고 못 하고는 차후의 문제이고 일단 자녀가 학교 출석을 등한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부모가 긴장할 필요가 있다.
4. 행동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낮은 평가를 받았다면 꼭 자녀와 대화를 나눠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없었는지, 아니면 자녀의 적응에 애로가 있는지 등을 알아보도록 한다.
5. 교사 코멘트
교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녀의 학교생활 평가는 부모가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장단점에 관한 내용들은 매우 정확한 판단이라고 봐야 한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면 원인을 먼저 찾아봐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가정에서 비롯된 문제가 학교로 연장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가 집에서 자녀의 행동을 좀 더 애정을 갖고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성적관리는 기본>
성적은 일단 학생의 성실함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성적이 좋다는 것은 교사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수업시간에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적을 관리하는 요령은 일반적으로 어느 학년이든 교사가 내주는 숙제와 프로젝트를 성실히 완수해 제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수업 중간 중간에 실시하는 과목별 퀴즈, 그리고 중간 및 기말고사에서 높은 성적을 낸다면 좋은 GPA를 받을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은 학업수준이 높은 데 반해 주의력이 산만해 숙제를 빼먹고 하지 않거나 해놓고도 가져가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모가 간헐적으로 숙제 점검을 해주면 자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된다.
<성적 만회하기>
교육 전문가들은 고등학생의 경우 보통 11학년 때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이 시기에 성적이 올라가도 시원찮은데 반대로 내려가는 경우가 생긴다.
대입시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렇다고 좌절은 금물이고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이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잘 활용해야 실제 학적부에 기록되는 학기별 성적에 대한 문제를 없앨 수 있다.
성적을 만회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지난 시간 때 하지 않았던 과제나 프로젝트를 완성해 제출하는 것이 있고, 이밖에 추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해당과목 담당교사에게 문의해 이를 이행하는 것도 역시 한 방법이다. 우선 자신의 과목별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매 단계마다 확실히 파악하고, 가능한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준에 맞는 클래스 수강>
고등학교는 아너스, AP 클래스 등으로 수준이 다른 과목들이 있다. 자신의 실력보다 높은 수준의 과목을 들었다가 오히려 성적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때를 경계해야 한다.
대학 입시에서 수준이 높은 과목을 들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 때문에 무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항상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과목을 선택해 GPA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안이하게 평범한 과목 위주로만 공부를 할 수는 없다. 단지 난이도의 측정을 학생이 카운슬러 등과 상의해 조심스럽게 정할 필요가 있다.
의욕만 앞설 경우 결과도 나쁘고 본인의 의욕도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아너스 또는 AP 클래스가 너무 힘겨운 도전이라면 한 단계 수준을 내려 공부하는 것이 현명하다.
<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