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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A’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은 미국

2013-12-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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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 데이빗 김

OECD는 지난 12월 초, 2012년도 PISA (Programme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결과를 발표했다. PISA는 OECD 멤버 65개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 3년마다 시행되는 국제 학력평가 시험이다. 각 나라 학생들의 수학, 읽기 및 과학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교육 및 평가체계가 다른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주는 시험이다.

일부에서는 PISA 평가의 객관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각 나라의 사회 경제적인 여건과 교육제도가 다른데, 하나의 시험을 통해 각국 학생들의 실력을 순위 매긴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분명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PISA의 결과를 해석할 때는 절대적인 순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개별 국가의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PISA 점수는 어떻게 나왔을까? 아쉽게도 미국은 OECD 국가 전체 평균, 혹은 그 이하의 매우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과학과 읽기 영역에서 미국 학생들은 OECD 멤버 64개국 학생들의 평균밖에 하지 못했다. 수학에서는 26%의 미국 학생들이 ‘not proficient’(능숙하지 못함)의 평가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수학성적은 평균 이하의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매우 염려가 되는 결과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중간밖에 되지 않은 랭킹이 아니라, 미국의 PISA 점수가 2000년 이래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많은 나라들이 해가 거듭될수록 점진적인 향상을 보인 반면, 미국의 점수는 계속해서 정체되어 있다. 2009년에는 단지 9개 나라만이 읽기 영역에서 미국을 앞섰던 반면, 2012년도에는 무려 19개 나라의 읽기 점수가 미국보다 높았다.

미국의 저조한 성적에 대해 사회 경제적인 요소를 그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 즉 상위권을 휩쓴 싱가포르, 일본, 한국 등은 미국에 비해서 가난한 학생이 적기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미국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약 5,000만명의 학생들 중 절반가량이 2011년에 학교 급식비 면제, 혹은 할인혜택을 받은 저소득층이기에, 미국의 전체 성적이 좋지 않다는 주장이다.

미국 내 부유한 지역의 결과만 따로 떼어서 순위를 매긴다면 읽기와 과학에서는 중국-상하이 다음인 2위이고, 수학에서는 6위라는 주장이다. 또한 미국 내 빈곤 지역의 결과만 따로 순위를 매긴다면, 루마니아나 카자흐스탄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의 성적은 사회 경제적 요소가 PISA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베트남은 미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사회 경제적인 배경을 가졌지만, 수학에서 17위, 과학에서는 8위를 차지, 수학 38위, 과학 28위의 미국을 월등하게 앞질렀다.

한편 미국의 낮은 점수의 원인으로 그동안 진행되어 온 교육개혁이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미국 교육개혁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핵심이었던 ‘보다 작은 클래스 사이즈’와 ‘학교 선택의 폭을 확장’한 것이 PISA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교육개혁의 중심이었던 플로리다주의 저조한 PISA 성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학교 선택, 시험성적을 기반으로 한 교사 평가제도, A-F의 학교 평가 시스템 등 다양한 교육개혁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PISA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플로리다의 PISA 점수를 근거로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교육개혁이 전혀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국제 학력평가 시험인 TIMSS(4학년에서 8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함)에서는 플로리다주의 성적이 좋게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저조한 PISA 점수의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그리고 PISA의 객관성에 대해서 어떤 의문을 제기하든지 간에, PISA가 우리에게 던지는 통찰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2000년도 이래로 시행되어 온 미국의 교육개혁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폴란드, 독일 같은 나라들의 성적은 계속해서 향상된 반면, 미국은 아무런 상승도 없이 10년이 넘도록 정체되어 왔다.

미국의 공립교육 시스템은 향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나빠지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결단코 향상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국제적인 ‘평균’점수에 만족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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