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림이 있는 산문] 최 정 l 기쁜 성탄

2013-12-1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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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애들이 집을 떠난후 동네 이웃에 대한 예의로 처마끝에 크리스마스 장식 전등은달았지만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지는 않았었다. 생나무는 며칠 쓰면 버릴 건데 나뭇값도 아깝고 플라스틱 나무는 일년 내내 간직하고 있는 게 귀찮아서였다. 손자때문에 작년부터 다시크리스마스 장식을 한다. 선반위에 모셔두었던 오나먼트를 꺼내고, 배너를 찾아 걸고 스타킹을걸어놓고.. 손자는 좋아서펄펄 뛰며 그새 어디선가배운 징글벨,빙글벨을 흥얼거리며 춤추듯 빙글빙글 돈다.

함께 오너먼트를 하나 하나 걸며 들여다보니 애들이 한 살, 두살때 장만한것도 있고 그애들이 학교에서 만들어 온것들도 있다. 애들이 한 두살 땐 사는 게 빠듯해서 그깟 크리스마스 장식품 하나 장만하는 것도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보고 세일을 비교해 가며 수년에 걸쳐모았다. 사실 툭하면 비운다, 내려놓는다, 하지만 그것도 다 때가 되야 쉬운 일이지 젊은 사람들 에게는 할말이 아니다. 이 동네 집값이 하도 비싸 집 장만을못하면서 집 가진 이들을 부러워 하는 젊은 부부에게 죽을 때다 두고 갈꺼니까 부러워 할 것없다면 이해가 될일인가. 나도 젊어서 아파트에 살 때 집 가진 이웃이 정말 부러웠다. 뒷마당에깻잎과 고추 심어 놓은 것도 부러웠고 사과나무 한그루도 갖고싶었다. 디오게네스처럼 통속에살면서 뭘 해주랴 묻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볕 가리니 조금비켜서 달라는 말을 할 수 있는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말이 세세대대로 회자 되는 게 아닐까.

어린 애는 어린 애답고 청년은 청년 답고 노인은 노인 다워야 하는 것 같다. 나이는 오로지 숫자에 불과하다며 몸관리 잘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젊은 이들처럼 아등바등 시기하고 작은 욕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나도 돌아보면 사람들과의 갈등의이유가 대부분, 남의 인정, 주위의 사랑, 풍족한 물질, 사회적 지위.. 이런 것들 때문이었던 듯 하다. 특히나 우리 나라는 인정이많다는 장점이며 맹점때문에 끼리끼리의 모임들 속에서 비교도많이 하고 슬그머니 왕따도 하고 또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상대적이 소외감이 한편으론서로에게 위로도 되니 아무튼이 세상 살이에 공짜는 없다. 우스개 소리에 마흔이 넘으면 예쁜이나 못난이나 똑 같고그 후엔 배운이나 못배운이나 똑 같고결국엔 살아있는 이나 죽은 이나 똑같다는 데 우스개 일망정 공감되지 않는가.


그런데도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 일뿐 죽음때문에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한다. 나는 손자의 마음이 갖고 싶다. 저 애의 맘속엔 무엇이 있을까, 저 애는 어느 순간에 행복하고 어느 순간에 화날까, 무엇이 갖고 싶고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가만히 그애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다보면생의 신비가 시간의 너울을 쓰고 그 애와 나를 싸안고 있는듯하다. 노래는 기차게 못하면서좋아하기는 끔찍히 좋아하는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불후의 명곡을 보는데 거기 나오는 가수들이 오직 그 한순간을 위해 사는듯, 혼신을 다해 자신의 감성을토해 내는 모습을 볼 때 그런 정념이 아프고 쓰리고 아름답고 덧없다. 아름다운 건 지난다. 아픈것도 지난다. 슬픈 것도 화나는것도 억울한 것도 으쓱거릴 일도모두 지난다. 우리가 경험해 내면서 지나지 않는 건 무엇이 있을까. 추억? 그렇긴 해도 추억속의 인물마저 모습은 그려지지 않는다. 남는 건 오로지 내 맘속에투영된 그림자뿐일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예전엔 모든 게 부족해 연필 한자루, 양말 한켤레에도 행복했다. 이젠 모든 게 너무나 흔해 감사를 전하는 선물로무얼 준비해야 하는 건지 크리스마스는 코앞인데 암만 생각해도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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