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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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인스펙션/ 습기문제의 검사와 진단

2013-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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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습기(Moisture) 문제가 없는 주택이나 건물은 없다. 그런데 습기는 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비도 물이요 , 안개도 물이요, 강물도 물이요, 호숫 물도 물이요, 바닷물도 물이다. 온 천지에 물이 가득하니 습기 또한 온 천지에 가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하니 대기와 집안에 습기가 항상 존재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런데 습기문제는 바로 물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습기는 물이 변한 축축한 기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안으로 흘러들어 온 빗물이 벽이나 천정을 적시면 습기가 찼다고 표현한다.


바깥세상의 물은 언제나 흐른다고 하고 집안에 들어오는 물은 침투한거나 샌다고 일컫는다. 흐르는 물은 강물을 썩지 않게 하나 집안으로 흘러들어온 물은 오히려 주택구조물을 적셔 이를 방치하는 경우 썩게 만드니 얼마나 역설적인가.

물은 얼음 등의 고체, 액체, 증기, 흡착 형태로 존재한다. 어느 형태로든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집안에 침투하면 홈 오너(Homeowner)에게는 달갑지 않은 존재로 탈바꿈하게 된다. 일단 침투한 물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검사와 진단은 변화무쌍한 물의 특징으로 인해 추적이 어려워 지속적으로 도전을 받게 된다.

왜 변화무쌍한 물이 되었는가. 변신의 대가인 물은 증발하여 홀연히 사라지기도 하는가 하면, 증기로 변하기도 하고, 응축되기도 하고, 강이 되어 얌전히 흐르고 흐르다가 때로는 소낙비가 되어 홍수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의 변화 때문에 집안에 생기는 습기문제는 항상 검사와 진단을 무척이나 어렵게 만든다. 떠돌던 증기가 뭉쳐서 물이되고 종종 결로현상으로 인해 천정과 벽을 적시기도 하며 빗물이 천정과 벽과 마루를 오가며 요리저리 흘러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정확한 위치 추적을 gpt갈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대다수 주택의 습기문제는 빗물로 인해 발생한다. 빗물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낙하하는 빗줄기로 때로는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 묻혀 틈만 보이면 지붕이나 벽을 통해 사정없이 실내로 침투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빗물로 인한 누수현상의 진단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이유는 보이지 않던 물자국이 비오는 날에 생겼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빗물이 새는 곳을 찾아내는 가장 좋은 때는 당연히 비가 내리고 있는 때다. 여의치 않는 경우 강제로 비를 오게 하는 방법도 있다. 수도호스(Hose)를 이용해서 지붕과 벽에 물을 뿌리는 방법을 통해 비의 효과를 낼수 있다.

벽돌집을 한 예로 살펴보자. 일반인들은 대체로 벽돌집을 선호한다. 비닐사이딩(Vinyl Siding)이 대세이기는 하나 벽돌사이딩(Brick Siding)이 튼튼하고 값어치 있어 보일 뿐만 아니라 고상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벽돌은 일종의 스펀지(Sponge)와 같다. 아시다시피 스펀지는 빨아들이는 습성이 있다. 보기에는 공기와 물이 투과하지 못할 것처럼 여겨지나 벽돌자체는 수많은 미세구멍을 가지고 있어 모세관 작용으로 수분을 나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벽돌과 벽돌사이에 바르는 모타르(Mortar)도 스펀지 역할을 한다. 거기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타르와 벽돌사이에 미세하거나 제법 큰 균열(Cracks)이 자주 목격된다. 이로 인해 평상시 건조 상태로 있던 벽돌이 비가 오면 물먹은 스펀지가 되고 장마 때나 우기 때에는 외벽 내부에 과도한 습기내지는 빗물이 쌓이게 된다.

비가 내린 후 벽돌 외벽이 뜨거운 햇볕 열기로 스며든 습기가 기화되면서 쉽게 건조되기가 쉬우나 간혹 햇볕이 덜 드는 북쪽방향에 있는 벽돌은 오랜 동안 습기를 품고 있다가 곰팡이가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침투로 인해 실내에 곰팡이가 생기는 것은 물론 주택구조물을 부패시키기도 한다.

물론 건축시 습기의 실내침투를 방지하기위해 외부 마감재인 벽돌벽을 쌓기 전에 방습지(House Wrap)를 바르는데 이 방습지와 벽돌 벽 사이에는 공간을 두고 있다. 이는 스며든 물과 습기를 외부로 배출시키는 통로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벽돌벽 하단 모타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구멍이 인위적으로 뚫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바로 외벽으로 스며든 물과 습기를 외부로 배출시키는 방수구멍(Weep Hole)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멍을 잘못된 이해로 인해 막아 놓은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따라서 홈 인스팩션을 하는 동안 지하실 벽을 통해 물이 샌 흔적을 발견했을 경우 외벽상태를 살피게 되는데 종종 벽돌집들이 외벽에 방수 구멍이 없거나 아니면 막혀 있는 경우가 많고 모타르와 벽돌사이에 크고 작은 균열이 더러 있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누수현상이 이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또한 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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