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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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고려 안하면 ‘드림스쿨’도 꿈일뿐

2013-11-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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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 후 학비급 등에 취업도‘바늘구멍’, 융자금 갚을 생각에 결혼·출산 포기 잇달아

▶ 이젠 전공·대학 선택 전 재정 먼저 따져봐야

지난 2008년 금융위기는 대학생들의 학자금 재정보조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뉴욕발 금융위기로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하는 등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대기업의 감원 및 감봉사태가 잇따르고 중산층의 가계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학 학비는 계속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상당수 대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학자금 융자도 갚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자금 융자는 대입을 앞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물론 대학생들에게도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현실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극복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현재 재정보조의 현실, 종류, 학생과 부모들이 각각 할 일, 재정보조 잘 받기 등으로 나눠 살펴본다.


#1. 학비 부담으로 드림스쿨 합격하고도 타 대학 진학
서부의 한 명문 사립대에 입학허가서를 받은 한 남학생은 합격의 기쁨도 잠시, 엄청난 등록금 부담으로 원하지 않았던 대학을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부모가 모두 일을 하는 전형적인 중산층인 이 학생의 경우 이 사립대의 연 학비가 무려 6만달러(기숙사비 포함)에 육박했다.

도저히 이 학비를 현실적으로 부담하기 힘들었던 부모는 자녀를 설득해 한 단계 눈높이를 낮춰 4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시켰다.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았던 이 학생은 본인이 원하던 대학으로의 진학을 포기하고 장학금을 제시한 대학으로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2. 졸업 후에도 취업 못해 학자금 부채로 허덕여
동부의 한 대학을 올해 졸업한 한 여대생은 학자금 부채로 고민거리가 생겼다. 전공을 바꾸면서 대학을 4년에 졸업하지 못하고 6년만에 졸업하게 된 이 여대생은 졸업 후에 취업의 문을 두드렸으나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도 자신에게 알맞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만달러의 학비 융자금 상환이 시작되었다는 통지서를 받고 매월 갚아야 하는 융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계속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경우 대학원으로 바로 진학하는 방법을 찾아 융자금의 상환을 대학원 졸업 때까지 유예시키는 방법밖에 없지만 대학원의 비용도 만만치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냉정한 현실인식이 먼저 필요하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학자금 융자상환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게다가 졸업 후 취업이 용이하지 않자, 결혼은 물론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인회계사 아메리칸 인스티튜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청년 4명 가운데 3명이 학자금 융자 부채로 힘겨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응답자 가운데 ▲15%는 학자금 융자 부채 때문에 결혼에 큰 부담을 갖고 있고 ▲41%는 학자금 융자 부채상환을 이유로 은퇴자금 저축시기를 연기했고 ▲40%는 차량 구입을 연기했고 ▲29%는 주택 구입을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자금 융자 부채는 청년들의 은퇴준비 포기는 물론 차량이나 주택 구입 포기에 이어 결혼 포기까지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도 사실 학자금 부채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을 정도이다. 젊은이들의 학자금 융자 부채규모는 크레딧카드 부채규모를 넘어선 가운데 학자금 융자 부채에 발목을 잡힌 졸업생들은 생산적인 활동보다는 빚을 갚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지금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도 일단은 각종 통계로 나타난 대졸생들의 현 상황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대학 선정 때 재정적인 상황을 먼저 고려한다
좋은 대학에 효율적으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별 재정보조금 데이터를 각각 비교해 재정보조를 보다 잘 지원해 주는 대학들을 사전에 선별해 진학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학교에서 가장 후한 재정보조를 하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의 ‘FinancialAid Shopping Sheet’를 참고로 한다.

이곳에는 등록금과 융자, 장학금 등 재정보조 내역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현재까지 200여개의 대학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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