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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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대학 3년에 끝내”

2013-10-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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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토퍼 한 변호사 스토리

▶ 1년 만에 고교 조기졸업 후 CC서 2년간 80학점 쌓아 CSUN 편입 두 학기에 졸업 20세에 가주 변호사 합격

“고교·대학 3년에 끝내”

올해 24세의 크리스토퍼 한 변호사는 본인의 자발적인 동기와 노력 그리고 아버지 한광수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과정을 3년에 마치고 현재 LA 한인타운에서‘한&어소시에이츠 법률그룹’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 및 대학교 8년 과정을 3년 만에 마치고 법대를 졸업한 올해 24세의 한인 변호사가 있다. 좀 더 빠른 시일 안에 자신의 커리어를 성취하고 싶은 열망과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한 부모의 실질적인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다고만 해서 그것이 성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인생의 목표를 일찍 정하고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진학 및 커리어에서의 성취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한 변호사와 평생 엔지니어로 일해 온 아버지 한광수씨의 진학 및 취업기를 정리했다.

■조기졸업 추진 동기와 과정

똑같은 노력으로 좀 더 효율성 있고 생산성 높은 것이 무엇일까? 8학년을 마치고 긴 여름방학 동안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또한 왜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가?성공은 지식과 경제력을 갖추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필요한 인물이 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생각하다 보니 똑같은 노력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이 더 큰일이 무엇인가를 찾게 되었다.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성공의 길에 도달하고 싶었다. 9학년이 시작될 무렵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찾다보니 우선 현재에 주어진 일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생의 신분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공부로 승부를 거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9학년 때 우수 학생들은 이미 Algebra2를 공부하고 있는데 나는 그 아래 단계인 Geometry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래서 AP 클래스와 같은 효과가 있는 클래스들을 커뮤니티 칼리지를 통해서 학점을 얻기로 했다. 고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저녁에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수강했다. 수학과목이 뒤쳐져 Algebra2와 History를 택했다.


물론 고등학교 수업과 대학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는 힘들고 바빴지만 이렇게 1년을 반복하니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35학점이 쌓이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카운슬러를 만나 대학 학점을 역으로 고등학교로 트랜스퍼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9학년을 마칠 무렵 10학년 과정까지 동시에 마치게 되었고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더 많은 대학 학점을 얻고 싶었다. 캘리포니아주에는 최소 10학년을 마친 학생이 조기 졸업할 수 있는 California High School Proficiency Examination(CHSPE)이 있음을 알았고 즉시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했다. 이러면서 모든 노력과 열정을 오로지 커뮤니티 칼리지 학점 취득에 전념했다.

4년제 대학에 편입하기 위해서 편입에 필요한 학점을 얻어야 하는데 한 곳에서 필요한 과목들을 한 학기에 다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여러 커뮤니티 칼리지를 통하여 여러 과목들을 한 학기에 수강했다. 물론 그 당시 15세여서 혼자 여러 학교를 운전하며 다닐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하루에 3~4시간씩 운전해 주시는 부모님의 절대적인 도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2005년 여름에는 25학점을 4개 대학에서 수강하는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시간과 장소에 대한 철저하고 세밀한 계획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2년 동안 대학 80학점을 마치고 그 중 70학점을 인정받아 CSUN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거의 모든 대학의 편입학 과정은 가을학기에 원서를 넣고 다음해 봄학기에 합격자를 발표하고 가을학기부터 편입생을 받는다. 초고속으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학점을 취득하다 보니 편입학하기 위해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러 대학의 편입학 담당관들과 이야기 해보았지만 예외는 없고 정해진 편입학 과정을 따라야 한다는 말밖에 해결책이 없었다. 큰맘 먹고 CSUN 비즈니스 학과의 학장을 찾아가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편입학 허가를 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그동안의 모든 진행과정을 경청하던 학장은 도와주겠다며 필요한 편입학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같은 해 가을학기부터 시작하라는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CSUN 3학년에 편입하면서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분석하고 전공 50학점을 마치면 학사학위를 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학기에 25학점씩 두 학기를 하면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한 후 실행에 옮겼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업을 듣고 틈틈이 과제, 프로젝트 및 못한 공부들을 했다.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두 학기 만에 전 과목 A로 16세에 수석졸업을 하게 되었다.

첫 번째 목표는 유명 재정회사의 ‘investment bank’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명문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임을 깨닫고 GMAT를 공부해 미국 ‘탑 10 MBA 스쿨’에 지원했다. 점수로 합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직업 경험이 없는 16세의 어린 나이는 MBA 스쿨 입학의 자격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궤도 수정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목표는 경제력도 갖추고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변호사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바인에 있는 투자회사에서 일하면서 법대 입학 준비를 했다. LSAT도 치르고 에세이도 작성했다. 다행히 명문 법대 입학자격을 충족시켰다.

UCLA를 포함 ‘탑 14 법대’에 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나이 때문에 MBA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몇 학교에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합격 통지서를 보내주었다. 버지니아 법대에서 장학금도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버지니아 법대에 진학해서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 여러 로펌들로부터 취업 제의를 받았고, 로펌 중에 명성 있는 뉴욕의 Skadden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LA로 옮겨 가주 변호사 시험에 응시해 한인 최연소(20세) 합격자가 되었다.

Skadden에서의 변호사 업무는 대형 은행과 기업 사이에 발생하는 법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일로 나름대로 매력은 있으나 한 2년간 근무를 하다 보니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Skadden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변호사와 이민-소송 전문변호사인 아내와 함께, 세 명의 변호사가 LA 다운타운에 사무실을 열고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부모의 역할과 입장

자녀교육은 정해진 공식이 없다. 그리고 어느 한 방법만이 옳다고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실천할 때 좋은 자녀교육이 될 것이다.

▲동기부여로 잠재성을 찾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성과 동기부여만 잘 발견하면 학업적으로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크리스토퍼의 경우 동기부여를 위해 예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두 번 마련해 주었다. 한번은 6학년이 끝나고 여름방학 때 혼자 한국에 있는 친구 집에 3주를 보낸 적이 있다. 언어와 풍습이 다른 곳에서 부모 없이 혼자 낯선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보라는 것이 목적이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동안 편안하게 집에서 생활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고 적응하는데 힘들었다고 여행 후 고백했다.

특히 언어가 통하자 않아 대화하는 것조차 힘들었고 주위의 도움 없이는 아무 곳에 갈 수도 무엇을 할 수도 없었다. 특히 미국에서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는 부모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단기선교로 멕시코 빈민촌 선교여행을 보냈다. 그 곳에서 자기 또래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환경과 비교해 보라는 목적이었다. 특히 자신과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고 기회가 없어서 제대로 공부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보면서 철이 들기 시작했다.

▲목표설정 및 치밀한 계획 세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더 많은 정보들이 요구된다. 특히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대학입학을 위한 정보, 과목선택, 특별활동, 대학에서 요구하는 입학사정, 학교 선택 등 자녀교육의 목표설정 및 치밀한 계획이 없다면 그만큼 힘들어질 것이다.

현재 전공을 정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80%에 달하는 가운데 대학생들이 보통 전공을 3~4번 정도 바꾸면서 아까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목표설정 및 치밀한 계획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아이들 모두가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한 가지 방법으로 똑같은 교육을 시킬 수는 없다. 개인의 성격과 능력에 따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목표 설정은 중요하다. 목표를 정하는 것은 배의 닻과 같다. 물 위에 떠 있는 배들은 바람이 불면 움직이고 표류하게 된다. 특히 닻이 없는 배는 무작정 바람에 의해 표류할 것이다. 반면 닻에 잘 묶여 있는 배는 잠시 바람에 의해 표류하는 것처럼 보이나 묶여 있는 줄에서 벗어나지 않고 움직일 것이다. 역시 자녀교육의 목표도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실질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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