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명의 거장이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또 하나의 자살 소식에 나는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를 목격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나이, 경제력,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어나는 자살은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OECD 국가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평균 12.6명인데 반해, 한국은 33.3명이었다. 이제는 한국 사회의 건강성에 대한 통렬한 성찰과 해결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다행히 정부는 자살예방을 위해 민관 협력위원회와 자살예방포럼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업추진의 포커스가 생명 존중 가치관 형성에 있다는 것에 나는 다소 회의적이다. 과연 생명 경시 풍조가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일까? 어떤 생명체가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여긴단 말인가? 자살을 선택한 이들은 다만 고통의 무게를 지탱할 힘이 약했고, 그 무게가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지불할 만큼 크게 다가왔을 뿐이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으로 밑바닥까지 떨어지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힘, 나아가 더 높이 튀어오를 수 있는 긍정의 힘이 그들에게 있었다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삶의 역경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 오히려 그것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마음의 근력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물체마다 탄성이 다르듯, 사람마다 타고난 회복탄력성의 수준도 다르다. 인구의 1/3 정도만이 높은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운동을 통해 근력을 키우듯 회복탄력성 또한 후천적 노력으로 꾸준히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한다. 뇌의 긍정성을 높임으로써 자기감정의 조절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나아가 학업 및 업무성취도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루 아침에 몸짱이 될 수 없듯 마음의 근력도 단시일에 길러지지 않는다. 꾸준한 노력으로 긍정성을 습관화하여 모두가 ‘마음짱’이 된다면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인생에서 성공하는 법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잘 실패하는 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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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졸업, Auburn University MBA. LG그룹 전략 & 신사업 기획, 2003년 미국으로 이주. MBA 수료 후 뉴욕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활동했고 현재 Sawtron Inc. Operations Director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