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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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

2013-05-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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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세상에는‘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우선 첫째가‘ 물’ 이다. 그리고‘ 사랑’과 돈’ ‘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고 이것이 세상사의 원리라고 한다. 중력에 의해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이야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이고, 사랑 또한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듯이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윗사람이 아랫사람을,또 넉넉하고 큰마음을 가진 이가 사랑으로 주위사람을 품는 것이 일반이다.

그래서 아이가 얼마만큼 자라 연애를 하기 전까지는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사랑이 아래로 흐르는 것이라 사람은 위에서 받는 사랑만으로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일것이다. 그런데 과연 돈도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가에 대하여는 의문을 갖게 된다.

돈도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하는 것이 순리인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돈’이 문제이다. 요즈음 여러 나라의 돈 중에 최고 단위의 고액권이 부자들의 은닉재산으로 활용 되고 있다고 한다. 현금은 수표와 달리 추적도할 수 없고 가치에 비하여 부피도 작아 운반하기도 쉽고 보관도 문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세계의 재력가들이 선호하는 고액권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용되는 미화인100달러짜리 달러임은 더 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100달러짜리 지폐 속 모델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인 벤저민 프랭클린 대통령이어서 미국 사람들은 100달러짜리 지폐를 ‘Mr. Franklin’이라고 부른다. 가끔 제3 세계의 부정축재를 한 독재자들의 사처에서 몇억달러의 100달러 뭉치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세상을 놀라게도 한다. 세계의 부자들이 미화 100달러짜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100달러짜리의 3분의 2 이상이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다고 하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

‘미스터. 프랭클린’이 미국 최고의 수출품목인 셈이다.

한편 대한민국의 최 고액권은우리의 대표적 어머니상인 신사임당의 얼굴이 새겨진 5만원권이다. 그런데 요즘 이 5만원권이 여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바로 이 5만원권이 화폐의 본 용도인 유통이 아니라 축재의 목적으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 박근혜 정부의 과세대상 확대나 차명계좌추적 등이 겁나고 염려스러워 부자들이 5만원권을 무더기로 인출해 금고에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 심증이 더해지는 이유는 최근에5만원권의 환수율이 60%를 밑돌고 있어 지난해80% 이상에 비해 훨씬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5만원권 10장 중 4장이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고 어디엔가 묻혀 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반증하듯 한국에서는 요즈음 금고 판매량이지난해보다 약 2배가 늘었다고 한다. 건강한 국가 경제는 바로 경제의 혈액인돈의 원활한 유통이 선행되어야할 터인데, 사과박스 크기의 금고에 5만원권으로 25억원이 들어갈 수 있는 이런 금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돈의 흐름’이 역행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최근 미국의 온라인경매 사이트인 채리티버즈 닷컴(CharityBuzz.com)에 올라온 경매 안내문의 내용도 눈에 띈다. 채리티버즈에서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과의 1시간 티타임을 자선경매에 내놓았는데 61만달러에 낙찰됐다는 것이 화제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에 이어 팀 쿡과의 커피타임도 자선경매 매물로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캘리포니아의 애플 본사까지의 여행경비는 본인 부담이란다.

경매 수익은 정의ㆍ인권을 위한 로버트 F. 케네디센터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가의 시간을 경매하기 시작한 것은워런 버핏이 원조인데 ‘버핏과의 점심식사’ 행사는 2000년부터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에는 346만달러에 낙찰됐다.


이렇게 미국에는 유명 인사와의 개별적 만남을 주선해 자선기금을 모으는 단체가 여럿 있다. 2005년 설립된 채리티버즈의 경우 세계 1000여개 비영리기관을 돕고 있는데 온라인 경매로6,000만달러를 모금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이 단체의 목표는‘ 잘 먹고 잘 살자’가 아니라 선’을 행하면서 잘 살자’이다. 자선경매는 낙찰자가추억을 만들면서 착한 일도 할 수 있고, 시간을기부한 사람은 자신이 지지하는 단체를 도울 수있는 이벤트인데 미국 부자들은 이렇게라도 무언가 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이런 아름다운 뉴스가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이렇게 아름다운 선행은 우리의 선조들 때부터 많이 있어 왔다.

일례로 조선시대 때 자그마치 12대 300년 동안 만석꾼을 유지했던 경주 최 부잣집이 있다. 최부자 가문이 이렇게 오랫동안 부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훌륭한 가훈이 있었고 그것들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가훈 중에는‘ 욕심 부리지 말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 만석 이상의 재산을 쌓지 마라’‘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등의 내용도 있다.

노비나 소작인의 빚을 탕감해 주고, 전쟁 중에전사한 충직한 노예를 표창하라는 등의 가진 자로서‘ 돈의 흐름’을 바르게 하고자 했던 최 부잣집 얘기를, 돈이 너무 많아서 금고를 수십개 사들이거나 해외의 조세 피난처에 숨겨 놓는 우리 고국의 부자들에게 들려주면 좋겠는데, 별 효력은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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