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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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학자금 융자 자칫 평생 빚 갚는데 허덕

2013-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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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액수 산정 이성적 판단 명성 있는 학교보다 실속 있는 학교 선택 고려

■ 체계적 상환 계획

대학을 다니면서 수만달러에서 10만달러정도까지 빌린 학생들이 대학졸업 후 융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스토리를 요즘 주류 언론에서 흔히 접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원했던 일류 대학에 합격하면 무리해서라도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있다. 부모는 자녀가 명문대 합격통지서를 받은 감격에 흥분해서 자녀의 미래뿐만 아니라 가정의 재정형편도 힘들게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최근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졸업생 가운데 10%는 본인의 소득 가운데 25% 이상을 융자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체납률도 2008년 이래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뉴욕 연준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미국인 가운데 200만여명이 아직도 대학교 다니면서 빌린 융자금을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학자금 상환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젊은층도 한국처럼 ‘3포 세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한국에서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3포 세대’란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학비 부채로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공인회계사 아메리칸 인스티튜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미국에서도 청년 4명 가운데 3명이 학자금 융자 부채로 힘겨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응답자 가운데 ▲15%는 학자금 융자 부채 때문에 결혼에 큰 부담을 갖고 있고 ▲41%는 학자금 융자 부채상환을 이유로 은퇴자금 저축시기를 연기했고 ▲40%는 차량 구입을 연기했고 ▲29%는 주택 구입을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늘어나는 학자금 융자 부채는 미국 청년들의 은퇴준비 포기, 차량이나 주택구입 포기, 결혼 포기로의 전락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도 사실 학자금 부채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 미국 젊은이들의 학자금 융자 부채규모는 지난해보다 5% 상승한 가운데 학자금 융자 부채에 발목을 잡힌 졸업생들은 생산적인 활동보다는 빚을 갚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재정보조금 내역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재정보조 내역은 보통 합격통지서와 함께 오거나 혹은 1~2주 후에 도착한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에 빠진 자녀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자녀들을 본인이 원하는 학교에 보내겠다는 부모의 맹목적인 사랑이 때로는 직장은퇴연금 401(k) 가운데 일부를 벌금을 내고서라도 조기 인출을 감행하거나 투 잡을 뛰게 만드는 피곤한 상황을 연출하게 한다.

이 대신 부모가 학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테스트하고 자녀가 재정보조를 얼마나 타 낼 수 있는지도 한 번 따져본다. 즉 가정분담금은 얼마나 댈 수 있는지 알아본다. 대충 어림잡아 하는 것이 아니라 항목별로 연방 교육부(Department of Education) 웹사이트를 참조해 계산을 해본다. 그 다음에 합격한 대학에서 어느 정도 그랜트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그리고 모든 숫자를 더해 본다. 그리고도 학자금에서 모자란다면 CD를 깨든가 페이 첵에서도 매달 조금씩 더 부담을 하게 하는 등 비상조처를 취하고 막판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부모들은 자식을 사랑한 나머지 본인의 은퇴연금을 조기 인출하거나 대출하려는 생각도 들겠지만 “학자금은 융자가 되어도 은퇴자금은 융자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보다는 철저한 현실 인식 속에서 드림스쿨에 대한 욕심을 내기보다는 이성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부모와 자녀 모두 장기적으로 윈윈이 되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어떤 학교에서 가장 후한 재정보조를 하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의 ‘Financial Aid Shopping Sheet’를 참고로 한다. 이곳에는 등록금과 융자, 장학금 등 재정보조 내역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현재까지 200여개의 대학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다.

■명성 있는 학교가 경제적으로도 값어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는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학교를 고를 필요가 있다. 최근 교육정보 업체 페이스케일이 투자 수익률이 높은 대학 리스트를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교 투자 수익률은 대학 졸업장의 값어치를 말하며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와 대학 졸업 후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는지를 비교 평가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투자수익률 1위는 남가주 클레어몬트에 있는 하비머드 대학(Harvey Muudd College)으로 나타났다. 이 대학의 지난해 졸업생 평균 연봉은 12만6,000달러로 아이비리그 대학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과 매서추세츠 공대(MIT)가 각각 그 뒤를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1위부터 5위까지 전통적으로 공과대학이 강세를 보이는 학교가 꼽혔다. 학과별 대졸자 평균 연봉에서 공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점이 이번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졸생 대부분이 자신의 전공분야와 거리가 먼 서비스업에서 일하면서 학자금 빚을 갚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의대나 법대처럼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한 곳에서는 대학 교육이 필수이지만 예술, 기술, 사업분야는 비싼 등록금을 내가며 대학을 다닐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의 400대 부자 가운데 15%가 대졸자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돈 잘 버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 대학 졸업장이 필수항목은 아니라는 것이 통계로도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대졸자와 고교졸업자의 취업률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대학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적절한 최선의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조지타운 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고졸자 최근 실업률이 22.9%로 대졸자 평균 실업률보다 두 배가 높다.

또한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전국적인 명망이 있는 학교가 아니어도 지역에도 좋은 학교들이 많이 있다. 아이비리그 등 명문 사립대에 합격이 되었어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어려움이 있다면 본인이 거주하는 인근 지역에서 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때 투자 대비 수익률을 참고로 할 필요도 있다.

■우등생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커버한다고 믿지 않는다

만약에 자녀가 학교에서 부여하는 수석 입학 장학금이나 우수 성적 입학 장학금에 해당한다고 해도 이 프로그램이 모든 학자금과 생활비까지 커버해 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학자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완전히 대주는 학교는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 우수 학생도 기숙사 비용은(식대 포함 연간 1만달러 정도)은 부과한다. 그나마 4년제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정말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명문 사립대에서 50%의 장학금 혜택을 주고 약간 수준이 떨어지는 대학에서 100% 장학금 혜택을 준다고 가정했을 경우 본인이 대학원을 진학하게 되는지 여부를 판단해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학자금 비용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대학원을 진학할 경우 보통 수십만달러의 학자금을 융자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학부의 융자금까지 합칠 경우 옥상옥이 될 수 있어 학부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비용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자녀의 입학 가능한 학교의 장학금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다. 대학들은 보통 상위권 학생에 대해서는 장학금을 수여하거나 혹은 어떤 형태로든 디스카운트 혜택을 준다. 자녀가 입학이 허가된 학교 가운데 턱걸이로 붙은 학교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전액 학비를 내야할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는 최종적으로 갈 학교를 선택할 때 본인이 상위 25%안에 들어간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봤을 때 유리하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학생의 성적과 대학의 학업성적 등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혹은 학교의 카운슬러에게 물어보면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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