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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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리 와이스’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며

2013-05-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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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전국의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지난 3~4월 중에 지원한 대학으로부터 합격 혹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치열한 경쟁률을 감안한다면 명문대를 지원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명문대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수지 리 와이스(Suzy Lee Weiss)처럼 월스트릿 저널 오피니언 코너를 통해 자신의 실망감을 매우 부정적으로 공중에게 표현한 사람은 많지 않다. 매우 감정적인 와이스양의 글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와이스는 GPA 4.5점에 SAT 점수가 2,120점의 성적이 매우 좋은 학생이다. 이 두 가지 숫자는 경쟁이 치열한 명문대 지원에 유리한 점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와이스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와이스에게는 성적 이외에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즉 자원봉사나 그밖의 과외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이스는 본인이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과 같은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믿었고, 이들 대학으로부터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이를 매우 불쾌하게 받아 들였다.

와이스는 대학 측에서 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아무도 하버드에 들어가는 것이 쉽다고 말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하버드 대학에서 불합격 통지서를 보낸 3만3,000명의 학생들 중에서 오직 와이스만이 전국적인 매스 미디어에 불합격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 것이다. 그것도 매우 부정적이고 성숙하지 못한 모습으로 말이다.

와이스는 자신의 어머니가 ‘타이거 맘’(Amy Chua)이었더라면 하는 바람까지 드러냈다.

하지만 아시안 학생들은 백인 학생들에 비해서 훨씬 열악한 조건에 있다. 동일한 조건에서 아시안 학생들이 아이비리그에 합격하려면 50에서 100점 이상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와이스의 글 중에서 가장 안 좋았던 부분은 바로 자원봉사에 관한 의견이었다. 와이스는 자신이 자원봉사를 많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다기보다는, 이럴 줄 알았으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독특한 자원봉사 단체를 가짜로 만들 걸 그랬다는 태도를 보였다.


자원봉사, 즉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함께 일한다는 개념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가짜로라도 눈에 띄는 자원봉사 단체를 만들 걸 그랬다는 그녀의 발상과 그 생각을 월스트릿 저널이라는 매스 미디어에 게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대학들은, 특별히 경쟁이 매우 심한 명문 대학들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내면으로부터의 열정과 동기가 있으며, 이를 위해 오픈 마인드로 헌신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다. 즉 해당 대학의 가치를 높여줄 인격과 깊이가 있는 학생들을 원한다는 것이다.

대학 입학의 기준이 매우 모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입학 지원서 상의 숫자만으로는 각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들을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심사의 과정은 단순히 학교 성적과 표준고사 점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각 학생들의 사회에 대한 생각과 태도 및 열정, 그리고 개성 등을 모두 살피는 전체적인 심사과정이다.

즉 아이비리그 대학 합격을 보장하는 체크리스트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와이스가 월스트릿 저널에 풍자형식으로 쓴 기고문은 왜 하버드 대학이 그녀를 원하지 않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도 하버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쉽다고 한 사람은 없다. 어려운 경쟁의 결과에 대해 겸허하고 발전적인 태도를 키우는 우리 학생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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