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폐암의 조기 진단

2013-04-10 (수)
크게 작게

▶ 안 상 훈 <암 전문의>

폐암은 의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암 중의 하나이다. 폐에만 국한된 3cm 이하의 종양은 소위 말해 조기 발견된 1기 암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런 암도 완치될 확률(5년 생존율)이 70%를 약간 상회할 정도로 폐암은 악성 암이다.

암의 크기가 더 큰 상태로 발견되어 2기만 되어도 완치의 기대는 40%대로 떨어진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기침, 혈담,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어서 발견되는 경우 대개 최소한 2기 상태지만 대부분 3기나 4기가 훨씬 많다.

폐암은 안타깝게도 아직 유방암이나 대장암 등과 같이 조기 발견의 지침이 확정되어 있지 않다. 과거 가래의 암세포 검사나 흉부 X-ray를 통해서 암을 조기에 검진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수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이런 방법으로는 생존율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최근에 폐암 조기진단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10년 발표된 National Lung Screening Trial이 바로 그것이다. 55세부터 74세의 폐암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 5만3,5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30갑년(하루에 핀 담배 숫자*흡연 연수) 흡연력이 있는 남녀를 대상으로 저용량 흉부 CT와 일반 흉부 X-ray를 1년에 한 번씩 세 차례를 진행하고 5년간 추적해 보니 CT 검사를 한 그룹이 X-ray를 찍은 그룹보다 20%가량 사망률이 낮았다. 그만큼 조기에 발견할 경우 치료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다.

물론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 유방암이나 대장암 등과 같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기진단 지침으로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어릴 때 폐결핵을 앓고 지나간 경우 CT를 찍으면 위양성(암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이 많아 쓸데없는 추가 검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저용량이긴 하지만 반복되는 방사선 노출이 장기적으로 해가 될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 그러나 폐암의 무서운 임상 경과를 보았을 때 연구 결과와 같이 55세부터 74세 사이의 장기간 흡연을 한 사람들의 경우 저용량 CT로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하는 것이 암의 발견을 최대한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향후 1~2년 안에 명확한 지침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위의 연구에서 언급한 경우는 장기간의 흡연에도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이다. 기침, 가래, 호흡 곤란, 흉통, 혈담 등의 증상이 있는 흡연자의 경우는 당장 의사의 검진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남성들의 경우 10대와 20대 때 학교, 직장, 군대 등에서 일찍 흡연을 시작한 경우가 많아, 폐암의 조기발견에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최근 비흡연자에서도 폐암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흡연자에 발생하는 편평상피 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과 달리, 비흡연자에게 생기는 암은 선암(adenocarcinoma)이 많다. 전반적으로 비흡연자의 폐암이 예후가 더 좋고 치료의 옵션들이 더 많긴 하지만 악성이긴 마찬가지다. 원인이 불분명한 호흡기 증상이 한 달 이상 계속되는 경우 반드시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다. LA 암센터 (213)388-0908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