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여가로 자리한 도박생활이 더 문제
▶ ’카지노버스’ 유혹에 빠져들다 중독되기 일쑤
한인사회 도박문제는 거액의 판돈을 굴리는 일부 큰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주말여가처럼 자리한 도박생활이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노인들은 무료한 일상을 벗어난 ‘소일거리’ ‘재미난 하루관광’으로, 중년들은 ‘게임처럼 즐기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여기다가 도박에 빠져 인생을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달에 한번 카지노장을 찾는 김모(75) 할아버지는 "코에 바람들 날이 없는데 하루에 10불 내면 카지노 버스 타고 이곳에 와 세상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며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야 잃을래야 잃은 돈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는 "돈이 생기면 사람맘이 변하긴 하는 모양"이라며 "자기돈도 아닌 돈으로 도박하다가 얼굴 못들고 사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영업직 박모(49)씨도 "광고수금은 안돼 답답하고, 회사의 압박이 심할 때는 카지노장을 찾지만 그저 스트레스 해소거리일 뿐"이라며 "판돈이 작기 때문에 자신은 절대 중독자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룻밤에 1만달러도 잃어봤다는 황모(63)씨는 "지금은 도박장에 갈 돈이 없지만 누가 도박으로 돈을 땄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흥분되고 당장 도박장으로 달려가고 싶다"며 "눈 앞에 슬롯머신 그림이 왔다갔다할 때도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카지노버스 유혹 등 주변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도박업체의 전술이 남녀노소 연령에 관계없이 도박 중독자들을 광범위하게 생산해내고 있다"며 "무심코 재미로 시작했다가 도박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인의 도박중독율은 인구의 6%선으로 3%인 미국보다 2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인구센서스에서 미주 한인은 170만명으로 집계되었다. 여기에 미국 도박율 3%만 적용해도 미주한인 5만여명은 도박중독에 빠져있으며, 이중 여성은 25%인 1만2,000명, 노인층은 10%인 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노인들은 수입이 한정돼 있어 도박으로 돈을 잃고 나면 재정적 피해가 다른 연령층들보다 심각하다. 실제로 연금이나 생활보조금을 도박으로 탕진한 노인들 중에는 렌트비를 못내는 것은 물론 필요한 식료품과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상한선을 분명히 정해 놓고 어떤 경우라도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박비를 빌려서라도 충당하거나 주머니의 돈이 바닥날 때까지 도박을 하는 것은 이미 중독단계에 돌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