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11-1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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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의 내 딸은
2001년 9월에
뉴욕에 살고 있었네

레드클리프를 나오고
예일에서
인류학을 전공했었지

사람이 출처가 분명치 않다며
고고학을 더하다가
신학까지 했다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네

그러나 지금은 없네
흔적도 없네
흔적도 없네

스물일곱의 내 딸은
2001년 9울에
뉴욕에 살고 있었는데...

- 고영준(1944 - ) ‘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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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준 시인이 친구의 입을 빌어 실화를 바탕으로 쓴 시다. 그는 911에 딸을 잃은 충격으로 넋을 잃고 지내다 결국 딸 곁으로 몇 년 전에 떠나고 말았다고 한다. 화려한 수사를 시에서 곧잘 멀리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떤 시어가 따로 있어서 화자에게 일어난 비극을 더 잘 나타낼 수 있겠는가. 2001년 9월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냥 담담하게 증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독자의 가슴을 찢는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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