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화와 대선

2012-11-1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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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선영

▶ 퍼지 캘리포니아 영화사 대표

오바마의 재선 성공의 배경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과 더불어 국제적 관계 그리고 상대 후보와의 차이 등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할리웃이다.

할리웃의 유명 감독, 배우들의 오바마에 대한 지지는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할리웃 스타들이 회동하는 오바마 기금모금 파티는 항상 성황을 이뤘으며, 이들의 정치적 발언은 모두의 눈과 귀를 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선거에 있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미치는 영향은 정치의 권위와 무게감을 중요하게 따지는 보수 정치인, 언론인들에게 결국 오바마 승리라는 선거 결과로 산뜻하게 화답했다.


그리고 한국이 이제 대선을 한달 여 남겨두고 있다. 정치개혁, 경제 민주화 등 쟁점과 아울러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특히 영화계의 변화는 크게 주목할 만 하다. 때 아닌 정치영화들이 봇물을 이루며, 대선의 정국에 합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목만 들어도 대충 짐작이 되는 영화들d; 마치 거대한 파도와 같이 대선을 앞두고 대거 개봉되기 시작하면서 한국 영화계에 없었던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명박 현 대통령의 출마 당시 선거유세부터 오늘날 집권 기간을 총정리 한 ,이명박 서울시장 임기 이래 한국 강산을 매입하여 수익을 누리고 있는 매쿼리 기업과 이명박 대통령의 이해관계를 밝히는 <맥코리아>가 한국의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과거 유신시대 전 국민이 공포 억압 정치의 그늘이 자기 검열로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유신의 추억>, 5공화국 군사정권의 유지를 위해 잔인한 인권 유린이 벌어졌던 대공분실 고문의 실상을 다룬 <남영동 1985>는 부분 상영 중이며 곧 상영이 결정된다.

또 이와 더불어 5공화국 대통령 전두환을 광주민중항쟁의 암살자로 규정, 그 희생자 자녀들이 26년이 흐른 시점에서 전두환을 살해하는 내용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26년>이 개봉을 준비 중이다.

한국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영화 <괴물>을 만들었던 제작자는 현 정권이 <26년>의 제작을 적극 방해했기 때문에 반드시 이명박 정권의 임기 중에 영화를 완성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국민들이 소액투자로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제작비를 모으고 결국 완성이 되었다. 영화를 만드는데 개인의 자유 창작의 의지와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가 이처럼 정치적 색깔을 띤 적은 없었다.

과거 80년대 말, 90년대 초 등장했던 정치영화 혹은 노동영화의 근거와는 다른 요즘 개봉되는 일련의 영화는 정치적 선동의 차원이라는 집단적 혹은 조직적 운동의 발현이라기보다, 각자 개별적인 영화인들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정치적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정말 특이하다. 무엇이 이 많은 영화인들을 이런 정치적 내용을 담은 영화를 만들도록 자극했단 말인가.

오바마가 할리웃 영화인들과 화해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 한국의 이명박 정권은 대다수 영화인들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보수정치인들과 언론들은 영화인들을 종북 좌파라고 규정지었으며,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직접적으로 영화계의 좌파적 성향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책의 문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과연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한번도 청산되지 않은 친일, 유신, 독재의 잔재가 이번 선거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정치 영화들로 인해 어떤 결과를 얻게 될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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