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데렐라’싸이

2012-09-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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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아이 덕분에 요 즘 유행한다는 팝음악을 듣 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오며 가며 차 안에서 아이가 틀어 놓는 라디오 방송을 듣다보 니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노래 들의 가락에 어느덧 익숙해졌 고,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칼리 레이 젭슨(Carly Rae Jepson) 같은 신세대 가수들의 이름 몇몇도 기억하게 됐다. 그런데 아이가 좋아하는 이 들이 얼마나 엄청난 인기 스 타인지는 정작 실감하지 못했 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 이 불기 전까지는.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의 히트 제조자라는 스쿠터 브 런(Scooter Braun-브라운이 아니다)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싸이가 그와 계약을 하게 됐다는 뉴스에서였다. 그러면서 비버나 젭슨이 바 로 그렇게 유명하다는 브런 이 거느리고 있는 톱스타들 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 니 싸이가 아니었더라면, 비 버가 전 세계적으로 ‘오빠부 대’를 몰고 다니는 소녀팬들 의 우상이고, 브런이 발굴한 캐나다 출신 여가수 젭슨이 한국의‘ 국민 여동생’ 아이유 와 비슷한 스타여서 아이들 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요즘 싸이 덕택에 ‘강남스타일 신드롬’ 이라는 정말 놀라운 사건을 경험하고 있다. 유튜브 동영 상의 클릭수가 1억, 2억을 넘 어 3억에 다가서는 대박을 치고 있는 것이나, 그야말로 ‘한국 토종’인 싸이가 스쿠 터 브런과의 계약과 함께 미 국 주류 방송 유명 토크쇼와 프로그램들에 잇달아 등장한 것이나, 이번 주들어 한국 가 수로는 최초로 빌보드 최고 인기곡 차트 2위에 올라 정 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은 그저 경이롭다고밖에 표 현할 수 없다. 싸이 자신도 도 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고백 할 정도다.


강남스타일이 너무 자주 나와 지겹다는 반응도 더러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싸 이의 활약상을 보는 재미에 빠져 산다는 분들이 주위에 많다. 미국 방송에 나와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는 영 어로, 심지어는 한국말도 해 가며, 당당하게 자신이‘ 코리 안’임을 외치는 싸이가‘ 말춤’ 으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모습이 마치 2002년 한일 월 드컵 당시 태극전사들의 4 강 신화를 보는 것처럼 자랑 스럽고 통쾌하고 짜릿하다는 것이다.

싸이가 이렇게 음악 하나 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폭 발적으로 뒤흔들고 있는 요인 에 어디에 있느냐에 대해 여 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 다. 무엇보다도 소위 ‘B급 코 미디’적 재미와 유머 코드가 통통 튀는‘ 웃기는’ 동영상, 팝 시장의 대세인 일렉트로닉 사 운드의 반복적 음악과 집단 댄스가 가능한 ‘말춤’의 중독 성 등 강남스타일 자체의 흡 인력이 전 세계 팬들을 빨아 들였고, 여기에 미국의 유명 스타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 리는 싸이의 친화력도 큰 몫 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싸이 를 메이저 방송 무대들에 내 보낼 수 있는 초특급 매니저 스쿠터 브런의 막강한 영향력 도 무시할 수 없다.

또 필자의 한 선배는 싸이 열풍을 분석하는 글에서 싸 이의 이름에다가 ‘신데렐라’ 를 합성한 ‘싸인데렐라 스토 리’ (Psynderella story)라는 멋 진 신조어를 붙여주며,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책임 감을 상실한 부유층과 이에 대해 막연히 부러워하는 소 시민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 를 유머를 통해 담아낸 완벽 한 패키지”라는 의미를 부여 하기도 했다.

싸이는 며칠 전 한국 귀국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에 대 해 “난 태생이 B급인데 그런 걸 만들 때 소스라치게 좋다” 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좋 아서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언 어와 국경 장벽을 넘어 세계 인들과 통했다는 것이다. 속 칭 ‘노는 오빠’ 이미지가 강 한 싸이가 그 어느 누구보다 도 효과적이고 큰 스케일로 한국의 역동성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애국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번 강남스타일 신드롬이 반짝 열풍에 그치지 않고, 싸 이가 앞으로의 음악 활동을 통해 계속 글로벌 팝스타로 우뚝 설 수 있을지는 아직 확 실히 알 수 없다. 싸이가 개인 적인 스타덤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대중음악을 통해 한국 을 세계에 알리는 ‘태극전사’ 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 다. 앞으로에 대한 기대도 기 대이지만, “학교에서 비한인 친구들이 너도나도 강남스타 일과 ‘코리안 싸이’ 이야기를 한다”며 즐거워하는 딸아이의 모습에서, 그냥 지금 이런 경 험을 하게 해 준 것만으로도 싸이가 너무 고맙다.


<김종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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