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요즘 가장 잘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절약이다. 돈 벌기가 힘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능한 방법은 절약 밖에 없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절약하기가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생활비 절약이다. 생활비 절약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으로, 수입이 늘지 않는 현실에서 이보다 나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던 먼 옛날, 굴비를 천정에 메달아 놓고 반찬삼아 한번씩 쳐다보았다는 자린고비의 고사성어가 오늘날 컴백하는 느낌이다. 구두쇠의 상징인 자린고비는 많은 예화를 통해 가난했던 시절마다 절약의 상징이 되어왔다.
신발이 닳는다고 벗어서 들고 다니고 더운 여름에 부채가 닳을까 봐 부채는 들고 있되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시원한 여름을 보냈다는 지린고비의 예화는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까지 등장시켰다고 한다.
옛날 한국의 충주지방에 사는 한 구두쇠가 자기집 된장독에 앉아 된장을 빨아먹고 날아가는 파리를 강원도 지역의 한 바위까지 쫓아가 잡은 뒤에 파리 다리에 뭍은 된장을 빨아먹고 갔는데 그 바위를 ‘된장바위’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은 물가가 오르는 것에 대해 관대해졌다. 어찌 보면 물가상승에 대한 관대함보다는 어쩔 수 없다고 푸념하는 지쳐버린 심정이 아닐까 한다. 값비싼 음식과 외식을 멀리하고 예전에 입던 옷을 다시 챙겨 입는 절약은 이제는 아예 보편적 절약 방법이 되고 있다. 허나 우리 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기와 오일, 개스는 가격이 오른다 해서 안쓸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덜 쓰는 것 외에 다른 절약방법이 없다.
더운 여름에 선풍기가 없다 하여 못살겠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추운겨울에 난로마저 없다면 어찌 살 수 있을까. 덥다는 것과 춥다는 것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비교다. 옷을 껴입는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난방이 필요한 게 오늘날 우리의 실생활이다.
자린고비의 방법을 사용하여 보자. 첫째 방법은 옷을 껴입고 여하튼 찬바람이 들어오는 곳을 막는 것이다. 가장 비근한 예로 겨울에 보일러를 튼 다음 방안의 따스한 공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꽉 닫아 놓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당연지사이나 통계적으로 보면 실상은 틈새나 보이지 않는 구멍 등으로 공기가 빠져나가거나 들어오는 경우가 더 높다고 한다. 그래서 절약의 전제조건으로 단단히 틈새를 메워 줄 것을 줄곧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가 가장 많이 새는 곳은 마루와 벽, 천정이 전체의 31%, 덕트(Duct)가 15%, 벽난로를 통해 14%다. 13%가 상하수도관 틈새로, 11%가 문 틈새를 통해 공기가 샌다. 가장 많이 새는 곳으로 예상되는 창문을 통해서는 10%의 공기가 새고 있으며 기타 통풍구 등을 통해 공기가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일반가정에서 지출하는 에너지 비용을 살펴보자. 이중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난방비로 전체의 31%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12%가 온수사용용으로, 10% 정도가 에어컨 등의 냉방용으로 전구 사용은 9%, 냉장고는 6%, 세탁기는 5%, 기타 전자제품은 5%, 음식요리 3%, 컴퓨터 1%, 그리고 기타(수영장/Hot Tub Heating, Outdoor Grill등) 18%로 나타나 있다.
추운 날씨에 옷을 더 껴입는다면 이는 보일러의 온도를 낮추는 자린고비 절약방법이 된다. 온도를 1도 낮출 때 마다 약 3%의 에너지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온도를 3도 낮추면 1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겨울철 난방용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일반적으로 권고하는 온도는 낮 시간이나 취침시간에는 화씨 60도정도, 가족이 모이는 저녁에는 68도 정도가 적절하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집안공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가습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가습기는 습도만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피부가 실제 온도보다 더 따뜻하게 느끼게 하는 역할(체감온도의 상승효과)도 하기 때문에 가습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보일러나 전기히터의 온도를 낮출 수 있어 역시 에너지 절약이 된다고 한다.
아울러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겨울에는 커튼을 가능하면 따뜻한 햇볕이 많이 들어 올 수 있도록 열어놓고 온수기(Water Heater)를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물의 온도는 120도 정도가 적절하다. 이보다 더 높을 경우 당연히 온수기는 자주 작동할 수 밖에 없고 이 또한 에너지낭비가 수반된다.
프로그램이 가능한 자동 온도조절기(Programmable Digital Thermostat)를 사용하는 것도 절약방법 중 하나다. 정밀하게 프로그램 할 수 있는 디지털 온도조절기의 경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온도로 스스로 작동한다. 심지어는 집안의 환경까지 감지하는 똑똑한 센서까지 갖춘 조절기는 실내온도의 흐름을 감지하면서 지혜롭게 온도를 높이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상당한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