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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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몸 교회에 희망있다”

2012-08-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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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C 동남부지역 최초 한인 감독 조영진 목사

UMC(연합감리교) 사상 네번째, 동남부 지역에서는 최초의 한인 감독으로 선출된 조영진 목사는 “아직은 감독 직분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감독직 후보로의 부르심부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지역 총회에서의 선거 과정도 매우 극적이었다. 260표 이상의 표를 얻어야 당선이 확정되는데거듭되는 투표에서 한 때 15표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후보 명단에서 이름을 빼자고 조언하기도 했다. 조 목사는 당선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여러 종류의 부활이 있는 것 같다”고 우스개를 던져 좌중을 웃겼다. 우연치 않게 겪은 ‘선거판(?)’을 그가 덤덤히,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평생을 ‘순종’이라는 단어에 붙들려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조 목사는 오히려 “이제는 영진이라는 퍼스트 네임을 자주 못들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와싱톤한임교회 담임을 물러나 알링턴 감리사로 7년을 보낸 그는 ‘부르심(Calling)’에 대한 설명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 감독으로 선출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지?
- 난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미국교회를 목회해본 적도 없고 감독이 되도 나이상 4년 한 번 밖에는 못한다. 임기를 한 번 밖에 못할 사람을 뽑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는 것이니 자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드리라(make yourself available)’고 권면했다. 고민하다 순종하기로 했다. 공부를 하다 와싱톤한인교회에 부임한 것도, 신선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감리사에 임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 ‘부름받아 나선 이몸’ 찬송을 좋아한다. 그런 마음이었는데도 감독이 됐으니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 있나?

▲ 버지니아 연회가 후보로 선출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 사실 총회에 참석하는 목회자 대표 13명 가운데 상위 그룹에 있는 사람이 감독 후보로 지명되는 게 보통이었다. 굳이 나를 후보로 내세운 것은 알링턴 감리사로서의 역할에 열매가 있었고 또 목회도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와싱톤한인교회는 내가 물러날 때 평균 1,000명 이상 출석하는 교회 중 하나였다.

▲ 감리사로 일하는 동안 했던 일을 돌아본다면?
-알링턴 지방회는 인구가 급증하는 곳으로 새로운 신앙 공동체 설립이 시급했다. 선교 비전도 필요했다. 미국교회 내에 소수계 교회를 세우거나 죽어가는 교회를 문 닫고 새 교회를 개척하는 등 100여개가 넘는 교회를 재임 기간에 세웠다. 와싱톤한인교회 센터빌 캠퍼스도 그 중 하나로 볼 수 있고 히스패닉교회도 있다.
두번째 치중한 것은 기존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 지도력 개발이었다. 지방 목회자들의 영성 회복과 선교, 목회에 힘을 불어넣고자 했다. 목회자 영성 개발을 도울 수 있는 강사들을 자주 초청했다. 세번째는 UMC의 특징을 활용해 연대주의 강화에 노력했다.

▲ 이제는 전국에 50명밖에 없는 감독으로서 역할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 맡겨진 연회들의 영적, 행정적 지도자의 역할이다. 관리, 감독이라는 말보다 ‘돌보는(oversee)’ 사역이라는 말이 정확하겠다. 감독회의(Council of Bishop)에서는 전체 UMC의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다. UMC가 구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겠고 할 일이 많겠지만 결국은 영적, 신앙적 문제다. 영적인 힘(vitality)을 되찾지 못하면 살아있는 교회는 불가능하다. 영적 기초를 새로 정립하는데 이바지 했으면 한다. ‘예수로 주님 되게(Let Jesus Chrust be the Lord)’ 해야 한다. 교인에서 제자로, 내 사역을 주님 사역으로, 목회 기술이 아니라 겸손한 리더십으로, 기도에 바탕을 둔 교회 의사 결정 등 네 가지를 목표로 세웠다. 목회자나 평신도를 구분하지 않고 하루 한 시간 이상을 영적 충전에 쓰도록 하는 운동을 벌일 생각이다. 이러한 뜻을 알렸더니 주변에서 새 감독을 위해 100일 동안 작정 기도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 운동이 퍼져나가고 있어 다행이다. 목회는 무릎으로 하는 것이다.

▲ 한인 감독으로서 갖는 특징이나 약점이 있을까?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모두 그리스도의 교회다. 두 문화와 교회의 브리지 역할을 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본다. 어떤 이슈가 대두됐을 때 소수계 감독으로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교회 내의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에서 미국교회는 합리적인 대화를 강조한다면 한인교회는 기도, 즉 하나님의 개입을 중요시한다. 미국 목사들은 어려움에 봉착하면 무조건 다른 사역지로 옮기려 하는데 난 “함께 아파하며 자라가는 좋은 기회로 삼으라”고 충고한다.

▲ UMC 안에서 한인교회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 이민자 교회로서 도움 받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다, 복의 근원이 되는 미래를 꿈꾸자고 늘 말해왔다. 힘과 실력을 키우자, 건강하게 성숙하자고 말이다. UMC는 연대성이 강해 한인교회도 일할 기회가 많다. 한인 목회자 300여명이 교회를 섬기고 있다. 재정이나 영적인 면에서 큰 한인교회들이 많아졌다. ‘민족이동’이라 할만큼 많은 한인들이 미국에 오게 된 배경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봐야 한다.

▲ 기독교적 전통이 세속의 거센 도전에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국교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미국교회가 쇄락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너무 비관적인 속단은 하지 말자. 일부 부정적인 모습을 일반화하는 것도 좋지 않다. 알링턴 지역만 해도 교인 수가 늘고 있다. 젊은 세대에 열심히 전도하고 복음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존 웨슬리의 말처럼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진 균형 잡힌 신앙으로 이 세상의 성화를 위해 노력할 때 교회는 갱신될 수 있다. 주님이 어디로 인도하시는지 잘 분별해 순종하는 일이 중요하다. UMC는 동성애 목회자 안수를 금하고 있고 결혼 주례도 못하게 한다. 총회에서 결정된 이런 방향은 잘 지켜져야 한다. 동성애는 성경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이병한 기자>


조영진 감독은

1983년 와싱톤한인교회에 부임해 2005년 물러났다. 한국에서는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 학사(Th.B)와 석사(TH.M.) 과정을 마쳤고 1979년 도미해 워싱턴 DC 소재 웨슬리감리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M.Div)와 목회학 박사(D.Min) 학위를 얻었다.
그는 젊은 시절 폐결핵을 앓아 5년 간 투병 생활을 해야 했다. “살려 주시면 하나님을 위해 삶을 바치겠다”고 드린 서원기도 대로 지금의 삶은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한다.
동남부 지역 총회의 감독 선거도 뒷얘기가 많았다. 다섯 명의 감독을 새로 뽑는 선거는 모두 29차례의 투표를 거쳐야 했다. 4명까지는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됐는데 다섯 명 째 감독은 다수 득표자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처음 20여명 득표를 하고 있던 조 감독은 열네 번째 투표에서는 15표로 오히려 떨어졌다.
그런데 당선자 결정이 계속 지연되자 ‘새로운 일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의원들 가운데 모아지기 시작했고 군소 후보들이 하나 둘씩 물러나며 조 목사의 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8번째 투표에서는 200여표를 유지하던 맥클렌던 후보가 “나는 백인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는 피부색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성령의 역사에 대한 것”이라며 조 감독을 지지해달라는 말과 함께 사퇴의사를 나타냈고 마침내 마지막인 29번 째 선거에서 조 목사는 287표로 UMC 동남부 지역 최초 한인 감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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