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뉴욕시가 왜 첨단기술 분야에서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에 늘 뒤지는지 답답해했다. 이에 2010년 10월 블룸버그 시장은 미래 뉴욕시의 성장잠재력은 응용과학이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응용과학 뉴욕시(Applied Science NYC)’라는 프로젝트를 발족해 응용과학단지 설립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코넬대와 뉴욕대, 컬럼비아대 3개 대학이 루즈벨트섬, 브루클린 다운타운, 맨하탄 워싱턴하이츠 및 모닝사이드 하이츠에 캠퍼스를 조성중이다.
■응용과학 뉴욕시 프로젝트
블룸버그 시장은 이 프로젝트를 ‘게임 체인저’라고 부른다. 이미 금융, 패션,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뉴욕시가 응용과학마저 선도할 수 있다면 세계 도시 경쟁력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게임 체인저의 승자는 코넬대학이다. 2010년 말 ‘응용과학 뉴욕시’프로젝트를 발족하며 블룸버그 시장이 전폭적인 지원 약속을 한 결과, 뉴욕시는 한국의 KAIST 대학을 포함해 9개국 27개 대학 및 기관에서 18개의 제안서를 받았으며, 2011년 10월31일 최종후보군을 7개로 좁혔다. 그리고 유력한 후보였던 스탠포드대가 그해 12월16일 불참을 선언하면서 테크니온 이스라엘 공과대와 손잡은 코넬대가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코넬대 응용과학 공과대
코넬대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루즈벨트섬에 응용과학 공과대 분교를 만들기로 했다. 코넬대학 졸업생이자 듀티프리샤퍼그룹 회장인 척 피니는 프로젝트 최종 후보로 코넬대학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코넬대학 역사상 최대 기부금액인 3억5,000만달러를 내놓아 뉴욕시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했다. 뉴욕시가 내놓은 지원은 뉴욕시의 야망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뉴욕시는 시설확충 비용으로 현금 1억달러와 함께 시 소유의 루즈벨트섬 내 부지 200만 스퀘어피트를 코넬대에 99년간 거의 무상으로 임대해주기로 했다. 코넬대는 또한 100년째 되는 해에 1달러에 해당 부지를 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받게 된다. 코넬대에 대한 지원은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도 함께 하고 있다. 구글은 5월21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7년 완공 예정인 루즈벨트 캠퍼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2010년 구글이 18억달러를 주고 맨하탄 첼시에 구입한 18층짜리 건물 중 일부를 무상으로 임대해 주기로 했다. 코넬대가 이 건물을 유상으로 임대하려면 약 1,000만달러가 필요하다. 구글과 코넬대는 첨단 IT기업과 공과대 학생들의 교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코넬대 응용과학 공과대가 들어설 루즈벨트섬 <사진=마켓플레이스>
■도시과학진보센터(CUSP)
프로젝트의 최종 승자는 코넬대로 선정됐지만, ‘응용과학 뉴욕시’프로젝트에 워낙 열의를 보였던 뉴욕대와 컬럼비아대도 뉴욕시와의 협상을 통해 성과를 이끌어냈다. 2012년 4월23일 블룸버그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뉴욕대와 뉴욕시가 첨단과학대 설립에 합의했다"며 "뉴욕시는 세금 및 전기료 감면의 형태로 1,500만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대가 새로 만들 도시과학진보센터(Center for Urban Science and Progress)는 카네기멜론대, 토론토대, 와윅대, 인도 봄배이 테크날러지인스티튜트 등의 대학들과 IBM, 시스코 등의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동참했다. 브루클린에 들어설 뉴욕대의 도시과학진보센터의 위치는 브루클린브릿지 옆에 위치한 브루클린 다운타운 지역 370 제이 스트릿으로 정해졌으며, 센터는 기반시설, 기술통합, 에너지 효율, 대중교통 혼잡, 공공 안전 및 공중보건 등 시가 현재 또는 미래에 직면할 문제들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뉴욕대는 에너지오브사이언스, 캘리포니아기술대에서 근무한 스티븐 쿠닌을 초대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센터는 향후 30년간 55억달러의 경제효과와 7,700개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대의 도시과학진보센터가 들어설 건물의 현재 모습(왼쪽)과 미래 캠퍼스의 모습(오른쪽) <사진=뉴욕대>
■컬럼비아대학 통계과학공과대
컬럼비아대는 가장 최근인 2012년 7월30일에 통계과학공과대(Institute for Data Science and Engineering)의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캠퍼스는 현재 컬럼비아대 캠퍼스 인근인 모닝사이드 하이츠와 워싱턴 하이츠일대에 들어서게되며, 최소한 8,000만달러의 민간투자를 유치해 2016년까지 현재 캠퍼스를 4만4,000스퀘어피트 확장하는 공사를 즉시 시작할 예정이다. 도널드 골드팝 컬럼비아대 푸 파운데이션 응용과학기술대학장은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컬럼비아대는 150년 대학 역사상 가장 높았던 장애물을 뛰어넘었다"며 "그동안 작은 캠퍼스 규모로 제한받았던 응용과학 분야의 역량을 펼칠 수 있게됐다"고 기뻐했다. 이 같은 도약에 힘입어 컬럼비아 통계과학공과대는 현재 공과계 교수진의 40% 규모인 75명의 새 교수진을 2030년까지 새로 채용하기로 했다. 뉴욕시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30년간 39억달러의 경제적 효과와, 4,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되며 170개의 신생기업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뉴욕시의 지원내역은 550만달러의 부분적 부채탕감과 800만달러의 각종 세금 경감 등을 포함해 1,500만달러에 이른다. 대학에는 디지털소셜미디어센터, 스마트시티센터, 건강통계센터, 사이버보안센터, 금융분석센터 등 5개 연구소가 들어서게 되며, ‘응용과학 뉴욕시’프로젝트의 취지에 맞게 뉴욕시가 대학별 특화영역을 분산시킨 점이 돋보인다.
<임종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