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는 아직도 아동학대죄로 체포되거나 재판을 받는 이들이 더러 있다. 미성년자 몸에 멍든 자국이 있거나 상처 난 것이 발각되면 학교에서는 경찰에 즉각 연락한다. 그러면 경찰은 그 가해자들(대부분의 경우 부모)을 체포하고 조사해서 재판에 회부한다. 이민 초기보다 숫자는 좀 줄었다 하나 아직도 근절된 건 아니다.
“아니, 내 자식 내가 때린 게 무슨 죄가 됩니까?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매질도 해야지요” -부모들의 항변이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그런 항변을 조금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 아이는 당신들의 자녀이기 이전에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시민”이라는 것이다.
매질이 교육적 행위인지 여부를 법 집행당국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은 시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만 명백히 한다.
아내를 두들겨 패고 경찰에 체포되고 또 재판 받는 한인들도 심심치 않게 있다. 이것 역시 건수가 꽤 줄었고 매 맞는 남편들도 더러 있다고는 한다. 어쨌든 아내를 구타한 것이 발각되면 경찰은 당장 그 아내와 아이들을 셸터로 보내고 가해자를 체포하여 조사한다.
“내 여편네 내가 팬 게 어째서 죄가 된다는 겁니까” - 구속되고, 조사 받고, 보석금을 간신히 구해서 유치장 신세를 면하는 등 곤욕을 치르면서 남편들이 투덜대며 뱉는 말이다.
“그 여자는 당신의 아내이기 이전에 국가가 책임지고 그 생명을 보호해야할 미국 시민입니다” - 법집행 당국은 또 기계적으로 그런 말로 응수한다.
아직도 서슬이 시퍼런 독재자들이 자기 국민 가운데 반대파들을 이런 저런 이유로 학대하고, 고문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학살한다. 리비아의 가다피 국가원수가 그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런데 북대서양동맹기구(NATO)가 군사력을 동원하여 정권을 초토화했다.
“내 국민 내가 처벌하는데 도대체 너희들이 왜 내정간섭이야? 국가는 절대주권을 가지고 있는 것 몰라?” - 가다피는 그렇게 큰 소리를 쳐댔다. 허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런 항변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마라. 세상이 무섭게 변한 거 몰라? 그들은 너의 국민이기 이전에 글로벌 사회가 반드시 보호해 주어야 할 귀중한 생명이란 말이야.”
유엔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는 그렇게 대꾸할 뿐이다. 그리하여 가다피는 국가권력을 단숨에 빼앗기고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국민의 생명을 적극 보호해야 할 최고통치자가 자기 국민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역사에 기록해 놓은 사건이다.
물론 나토군의 리비아 사태 개입이 그처럼 순수하게 인간생명 보호만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석유 등과 연관된 경제적 이유일 뿐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은 있다. 그러나 세계 제2차대전 시 히틀러의 유태인 대학살로 국가절대주의의 세계질서는 이제 상당부분 수정되었다.
요즈음에는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 대통령 친위무장조직이 훌라 지역에서 무고한 주민 100여명을 학살했다는 보도이다. 그 가운데 어린 아이가 30여명이라니 이럴 수가 있나. 이 사건으로 국제사회가 아사드를 대신하여 시리아 국민의 보호자가 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평양 정권의 김정은 위원장이 이 같은 국제질서를 제대로 파악했으면 좋겠다. 집권한 뒤에 적대자들의 생명도 적지 않게 요절났다는 보도도 있고, 탈북하면 삼대를 멸한다는 공포정치도 계속된다고 한다.
“내 인민 내가 죽이는데 너희가 왜 내정간섭이야?” 같은 잠꼬대는 어서 그만 두어야 하겠다. 천하보다도 더 귀중한 인간 생명을 파리 죽이듯 해서야 되겠는가. 중국의 인권 수준이 선진국 대열에 도달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두고 볼 일이다.
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