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5-2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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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잎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박성룡(1932 - 2002) ‘풀잎’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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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원래 노래였으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는 다른 문학 장르와 달리 소리 내서 읽고 듣는 예술이기도 하다. 이 시도 그냥 눈으로만 보지 않고 풀잎 풀잎 하고 낭독해 보아야 참맛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읽다보면 바람에 몸을 흔들고 소나기에 통통 뒤는 풀잎들을 보게 되고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풀잎이 돼 버릴 것이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휘파람을 부는 풀잎, 그 푸른 영혼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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