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수학에서 항상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부모는 이 아이가 수학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대학에서도 수학을 전공하는 게 맞는 선택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과연 맞는 판단일까. 그리고 이 학생의 진로는 수학과 관련된 쪽으로만 가야 성공할 것인가.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답 중 하나는 전공과 사회생활 진로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자녀의 진로에 대해 나름대로 가장 근접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적성검사이다. 이것이 곧 사회생활에서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얻게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진로 결정과 적성검사에 대해 알아봤다.

■ 적성검사를 받는 이유
역시 자녀의 강점, 나아가서는 진로를 찾기 위한 방향을 찾기 위함이다.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적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때는 보통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다. 입시와 관련, 어떤 분야의 전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이고, 초보적인 판단을 위해 이용하게 되는 방법이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과목들 가운데 성적이 우수하고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비전문적이지만, 그런대로 써먹을 수 있다. 하지만 고교과정은 일반적으로 교양과목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과목들 중에서 어느 것들을 잘한다고 이것이 대학의 전공과 매치된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 진로까지 연결한다는 것은 무리한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공이란 어떤 분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학습 능력에다 성격과 인성까지 파악할 수 있어 자녀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

■ 진로 결정 대학 입학 전 해야 하나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되는 의견으로 나뉜다.
일각에서는 대학에 진학한 뒤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가장 흥미가 유발되는 분야의 학문 쪽으로 매진하는 것이 올바른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런 과정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어떤 특정분야에서 흥미와 동기유발이 일어나는지를 먼저 살펴 그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반박한다.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는 “어느 쪽 주장에 상관없이 자녀의 성격이나 특성, 관심분야 등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다면 대학 지원 때 전공 선택이나 사회에서의 직업선택 등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된다는 점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면서 “가능하면 한 번쯤은 전문기관을 통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도움 되는 검사들
자녀의 성격이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검사방법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주로 사용되는 방법과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DAT(Differential Aptitude Test)
학습 능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크게 공간, 시각, 추상적 개념, 기계처리력, 수학처리력, 언어능력(두 가지), 속도처리 등 8개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테스트는 다른 학생들과 비교가 가능한데, 영역별로 상위권에 들어간 자료를 얻게 되면 진로와 관련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공간과 시각영역에서 뛰어나다면 건축이나 디자인 분야가, 추상적 개념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는다면 수리력이 있는 만큼 생물이나 물리, 소셜사이언스 등과 연결될 수 있다. 또 기계처리력이 좋으면 어떤 이론을 바탕으로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남다를 수 있으며, 수학과 언어영역은 여러 학문의 기초인 만큼 인문사회 계열이 적당할 수 있다.
속도처리 영역은 집중력과 속도가 뛰어나 남들보다 짧은 시간에 실수 없이 무엇인가를 해결해 낼 수 있는 강점을 보여준다. 평소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시간제약 등 환경이 변화되면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속도처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테스트는 어느 한 영역만을 관찰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8개 영역들 가운에 복수의 영역에서 강점을 모아 분석하게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DAT는 학습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자녀의 적성, 그리고 나아가 진로 방향까지 확대 해석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병행해야 하는 검사가 흥미 적성검사다.

2. 흥미 적성검사
IIT(Interest Inventory Test)라고 하는데 현대사회의 직업군을 6가지로 나누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6가지 직업군은 ▲사회형 ▲경영형 ▲관습형 ▲현실형 ▲연구형 ▲예술형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어느 유형에 들어갔다고 해서 그것이 곧 그런 유형의 진로로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흥미와 적성은 부모의 영향을 받기도 하기 때문인데, 어떤 유형에 속했더라도 능력이 없으면 성과를 거두기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 흥미 적성검사에서 예술형에 속했더라도 청각, 지각, 시각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예술분야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반대로 DAT를 받은 결과 공간과 시각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IIT에서도 예술형이라면 상당히 잘 맞는 조합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성격검사(Personality Test)
1, 2번의 검사를 받았는데 관심과 흥미, 학습능력 등에서 연구형과 매치됐다고 의대에서 공부해도 좋다고 단정해도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구형인데 장기 교육을 인내하고, 극복해 낼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성격과 인성에 대한 검토가 이어져야 한다.
성격검사는 성격을 구성하는 16개 요소, 즉 온화, 정서적 안정, 대담성, 개방성 등을 다시 ▲외·내향성 ▲강직성 ▲독립성 ▲절제성 ▲심리적 안정성 등 5가지로 묶어 어느 쪽에 해당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조사에서 어느 한 유형이 특별히 좋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어느 한 쪽에 너무 치우쳐서는 안 된다.

4.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이밖에 일선 입시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3번과 유사한 성격검사라고 할 수 있다
성격 또는 성향을 분석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대학에서의 전공, 그리고 커리어로 연결되는 방향을 잡아보기 위함이다. 즉 의대에 갔다고 해서 의사가 된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가능성과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