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인상이라는 블랙홀

2012-02-1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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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첫인상이 맞는 법이지”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처음 만나서 그 사람의 분위기, 성격, 나와는 어떤 조합을 이룰 것인가 등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니, 그건 거의 초능력과도 같은 수준이다.

어렸을 적 나의 어머니는 항상 첫인상이 중요한 법이라고 말씀 하시면서, 학생 때는 새학기가 시작할 때, 사회에 나와서는 누구를 처음 만날 때 깔끔한 옷차림과 미소를 잊지 말라고 가르치시곤 하였다.

그래서였을까. 학교 첫날과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나는 거의 실패를 해 본적이 없다. 학교 첫날은 무사히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대면하였고, 면접이나 회의 등의 자리에서는 그 결과가 비참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꼭 나의 첫인상이 좋아서 그랬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어렸을 적 가르침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다른 이에게서 받는 첫인상에 대한 판단은 어떤가. 사람들을 만나고, 무슨 사안을 결정하고 고용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을 때 과연 나는 첫인상에 대해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

일단 누군가를 처음 대면하는 미팅이 끝나고 나면, 난 항상 약간 흥분해서 그 사람에 대한 장점을 주위사람들에게 늘어놓는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나는 사람의 장점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사람 같지만, 이후 관계를 지속해 나가면서 종종 그 사람의 단점을 발견하고, 곧잘 실망하거나 심지어 그 사람과 일을 하게 된 것을 후회하는 발언을 한다고 한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종종 목격한다는 나의 모습이다.

사람을 만나면 이런저런 판단 없이 덜컥 손부터 잡는 것은 얼마나 신중하지 못한가. 또 일단 만점을 줘 놓고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점수를 깎아 내려가니 그 또한 문제가 있다. 첫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하려면 그의 학력이나 사회경험 정도를 넘어 문화적 배경과 정서적 결까지 읽어내야 하는 데, 그러려면 이성적인 판단력, 문화적 이해력과 정서적 포용력까지 모두 동원되어야 하니 상당한 도를 닦아야 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주변에는 나를 지켜봐주고 위로해 주고 아껴주는 많은 지인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판단해서 주변에 거둬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런 판단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만남이다.

만남에서 성공과 실패의 양극단을 경험하는 경우는 내가 판단해서 사람을 내 곁에 둬야 하는 경우이다. 이럴 때 내가 쓰는 방법은 첫인상이 잘 맞는다고 자타공인하는 지인을 대동하고 조언을 듣는 것인데, 이 역시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의견은 듣되, 결국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니 말이다. 그래서 결국은 “첫인상이 뭐가 중요하냐. 어차피 사람은 써봐야 아는 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내가 가르침을 받아온 첫인상에 대한 어머니의 교훈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첫인상이라는 블랙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만점을 준 그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도록 꾸준히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에게 맞춰 나가야 할 것이다. 내가 받은 상대의 첫인상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삶이 담겨 있을 것이라 믿고, 상대를 이해하고 동시에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처음 만날 때면 너무 흥분하지 않도록 미팅 전에 가끔 마음의 진정제를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문선영/ 퍼지캘리포니아 영화사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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