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송민정 ㅣ 고향의 소리, 고향의 몸짓

2011-12-0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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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경우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 했는데, 풍물이나 탈춤 같은 행위의 예술은 ‘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푹 빠지게’ 되는 것 같다. 10여년 전 일본 학생들과 교류하는 동아리에 가입해 일본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짧은 기간동안 배운 그 이후로 고성오광대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아직도 ‘청~노세, 청~노세, 얼씨구 절씨구 어절씨구나 좋~다!’ 하는 불림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 진다.

사람과도, 장소에도 인연이 있듯이 어떤 활동과도 인연이 있는지 이국 땅에서 다시 고성오광대 탈춤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겼다. 어려서부터 유튜브로 탈춤, 사물놀이 등을 많이 본 까닭에 진짜 탈춤을 볼 생각에 잔뜩 기대에 부푼 아들녀석과 그저 무덤덤하기만 한 남편을 이끌고 San Jose Discovery Museum 으로 향했다. 공연장의 자리는 꽉 찼고,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상모돌리기, 버나놀이 등을 할 때에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우리는 박물관 공연만으로는 아쉬워, 우리사위에서 하는 이들의 추가공연을 보러 갔다. 여기서는 박물관에서 시간 관계상 보여주지 않았던 영남 사물놀이도 즐기고, 말뚝이 탈춤도 다시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공연 후에 공연자들과 뒤풀이 자리가 있어 참석을 했는데, 의외로 남편이 말이 많아졌다.


남편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부인 손에 이끌려 따라왔는데, 말뚝이 춤 도입부에 분 태평소 소리에 감동을 받아 눈물이 났다.”고 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는, 공연을 했던 청년이 ‘아리랑’을 불러보란다. 나는 당연히 흔히 아는 경기도 아리랑을 부를 줄 알았는데, 남편은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라며 진도아리랑을 불렀다.

청년은 남편이 찡했던 이유는 청년이 분 태평소의 가락이 남도의 가락이어서라고 풀이해주었다. 어려서 우리 음악을 거의 들은 적이 없는데도 태평소의 가락이 고향의 가락이어서 감동을 받았다는 말에 동의가 잘 안된다고 하자, 청년은 “그건 그냥 피에 흐르는 거에요.” 라고 말했다.

논리적인 반론은 다 접어두고 그냥 그 답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나도 그 시절, 피에 흐르는 그 무언가를 찾아서 굳이 고향에서 가까운 고장의 춤사위인 고성오광대를 찾아 ‘하게’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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