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1-11-22 (화) 12:00:00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허홍구(1946 - ) ‘아지매는 할매되고’ 전문
짓궂은 농담이 안주가 되는 시장통 술집에서 있었던 일인가보다. 곰보로 한 생을 보낸 늙은 주모의 마지막 말은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러나 좋은 영화가 그렇듯이, 웃음 뒤끝에 가슴을 아리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씩씩한 아지매가 할매로 변했고, 농을 던지던 선배도 할배가 됐을 것 같다. 얼굴을 붉히던 순정도, 주모가 겪었을 질곡의 삶도, 돈보다 따끈한 인정이 더 많이 오갔던 시장통 술집도 이제는 다 지나간 옛 이야기처럼 쓸쓸하게 들린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