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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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객과의 투자 상담

2011-11-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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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약 5년 전쯤 되는 일로 기억이 된다. 한 고객이 전화를 주셨다. 전에 만난 적은 없는 고객이었다. 100만달러 정도의 현금으로 상가건물을 투자할 생각이라고 한다. 말씀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연세가 들어 보이는 것으로 추측이 되어서 나이를 물어보기로 하였다. 70세라고 한다.

더 이상 묻지도 않았는데 고객의 입장을 설명하여 주었다. 은퇴를 하였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금을 투자하여 발생될 수 있는 수입으로 여생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예상하느냐고 물었더니 한 달에 5,000달러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산을 더 늘릴 필요는 없다는 말씀도 하셨다. 이러한 실정으로 미루어보아 가지고 계신 100만달러로 100만달러 하는 건물을 매입하세요 라고 추천을 하였다. 이 말을 듣자마자 의외로 화를 내는 말투로 자신이 가진 돈으로 왜 100만달러짜리 건물 밖에 못사느냐는 불평 섞인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전화를 주신 이유는 이제까지 소개 받은 300만달러 정도 하는 건물을 매입하셨다고 가정하고 은행융자를 지불하면 자신이 쓸 수 있는 돈 계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마지막으로 전화를 주셨다는 것이다. 5년 전 실제 상황으로는 30% 정도 캐시 다운하고 상가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어서 당연한 말씀으로 여겨졌으나 그 고객의 형편에 맞는 투자대상은 현금으로 100만달러짜리 건물을 매입하여야 월 5,000달러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 또한 당연한 계산이라서 그렇게 투자상담을 하여 드린 기억이 있다.


브로커로서는 100만달러 건물보다는 더 높은 가격인 300만달러 정도의 매물로 거래를 성사시켜야 부동산 수수료도 더 나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여하튼 자신이 예상하였던 것 보다는 적은 가치의 건물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에서 인지 그 정도의 전화통화로 그 날 상담은 끝이 난 셈이다. 그 날 이후로 30여일이 지난 후에 같은 고객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에는 들려오는 목소리로 보아 예전보다는 좀 더 친절한 말투였다. 곰곰이 생각하여 보니 필자의 말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결국 가진 현금 100만달러로 100만달러짜리 건물을 매입하시겠다는 것이다.

5년 전만 하여도 이러한 투자상담에 응하는 고객보다는 더 큰 금액의 건물을 매입하려는 생각을 가진 고객이 많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예상할 수 없었던 불황을 맞이하게 되고 또 이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현 실정에서는 상가건물의 공실률이 증가하여 수입에 차질이 있음을 경험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캐시다운을 많이 하고 상가를 구입하겠다는 고객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있음을 눈으로 바라보면서 5년 전 투자상담을 한 고객을 연상하게 한다.

적은 캐시 다운으로 높은 가격의 매물을 매입할 수 있다는 레버레지(leverage)의 매력이 부동산 투자원칙에서는 우선하는 원리이지만 요즘과 같은 불경기 하에서는 위험한 복병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돈은 너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살아가노라면 누구에게나 위기를 당면하게 되는데 이러한 위기에는 반드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돈이 관련되는 사례를 우리는 또 경험하게 된다.

이스라엘 민족의 영적인 지도자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하여 산으로 올라간 후에 40여일이 지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자 지도자를 잃게 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에 직면한 백성들은 가지고 있는 금붙이를 개조해 이제까지 자신들을 인도하여 준 하나님을 배신하고 눈에 보이는 금송아지를 만들어 자신들을 인도할 신으로 섬기려한 일이 발생한 일이 있었다.

산에서 뒤 늦게 내려온 모세는 이런 광경을 보고 노발하여 그들이 만들어 섬기려는 금송아지를 박살을 낸 사건을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삶에 절대 필요한 이 돈이 또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절대위기에서는 항상 주인공으로 개입할 수 있는 현실 앞에서 좁게는 우리 개인의 부를 증가시키려는 투자계획에서부터 넓게는 우리가 모여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이 돈이 차지하는 비중을 잘 조절하여야 우리 삶에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돈 문제를 잘 극복하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213)272-6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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