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톰 도톰한 나비들 세모시 커튼 위에서 살포시 날고 있다.
책을 읽다가 문득 바라보는 내 눈길이 수줍어 보시시 떨고 있는듯하다. 분홍, 보라, 갈색, 여행자의 마음을 담은 배추색의 나비들이 다문다문 세모시 바탕 위에서 솜을 얇게 펴 안으로 안고 아플리케로 수놓아져 있다. 지난여름 육촌 형님께서 보내 주신 것이다. 이따금 들어가면 방 가득 고여 있는 향긋한 모시 냄새는 많은 추억을 불러다준다. 정다운 고향 냄새 행여 없어질까 급히 문을 닫는다.
여름용 커튼을 자신의 대청에 걸어놓고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평생을 살아도 낯선 땅에 사는 동서의 마음을 덮어주고 싶어 이튿날 한 걸음에 달려가 맞췄다는 세모시 커튼. 날아서 날아서 내 곁까지 왔을 그 여정을 눈감고 헤아려 봤다.
밤잠 설쳐가며 마음에다 설계하여, 대전 어디 이불 집에 맞추어놓고 오며 가며 훈수를 했다. 완성된 것을 찾아 곱게 포장하여 특수 우편으로 보냈다. 셀폰이 신호를 하면 자다가도 확인했다고 한다.
대전을 떠납니다. 인천 세관을 통과합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들어갑니다. 로다이에 도착했습니다. 수취인 본인 손에 넘겼습니다. 하는 마지막 문자가 들어 왔을 땐 자신도 모르게 셀 폰을 꼭 끌어 안았다했다.
다정한 형님 품을 떠나서 하늘을 돌아오다가 조각달 위에 앉아 잠시 쉬었으리라. 태평양 파도의 유혹에도 꿋꿋했고, 구름나라를 건너 뛰어, 맑고 맑은 별나라에 들려서 왔음이 분명했다. 내 손에 전해질 때 별 조각처럼 하르르 가슴에 쏟아지던 환희를 생각하면.
그 곳과 이 곳에 떨어져 살기에 몇 년 전 결혼 후 처음이었던 조국 방문 때 한 번 뵈었을 뿐 전화나 편지가 고작이었다. 정들 짬이 언제 있었겠는가. 가족이라는 이름 하나가 좋은 것 나누고 싶고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니. 여름동안 활개를 펴고 창가에서 서성일 세모시 커튼은 갖고 있는 모든 것 다 퍼주어도 아깝지 않을 아랫동서의 외로움 지켜주는 파수꾼이요, 동서의 꿈 살짝 훔쳐보려 앞질러 달려온 형님의 마음이리라.
(자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