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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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2)-가장 어린 위암 환자

2011-06-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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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건강

의사가 된 지 29년이다. 그동안 수만명의 환자들을 치료해 왔다. 필자가 특히 관심이 많은 분야가 암인데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 글 중에 암에 대한 칼럼이 많다. 암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냐”고 물어온다.

내 대답은 이렇다. “우리는 죽을 때 30%는 암으로 사망한다. 다른 병은 치료법이 있지만, 암은 조금 늦으면 온갖 치료를 해 봐도 수년 안에 죽고 만다.
그런데 치료해서 살 수 있는 시기에는 대부분 증세가 없기 때문에 증세가 약간 나타나서 의사를 찾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의사들, 심지어 모교인 서울 의대 교수님과 선배들도 암으로 고생하시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

그런 이유로 나도 암이 무섭다. 나도 의사로 30년 가까이 일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상세히 몰랐을 거다. 그래서 실감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열심히 알리는 것이다.”


필자가 본 가장 나이 어린 위암 환자는 20세였다. 서울 의대 본과 4학년 때 맡았던 환자 중 여자가 있었다. 위가 약간 불편해서 근처 의원에서 위장약을 처방받아 몇 달 먹다가 증세가 계속되자 위내시경을 받아보니 큰 사이즈의 위암으로 나온 케이스였다. 급히 서울대 병원에 입원, 수술과 항암요법을 받았는데 재발했다. 나이가 꽃다운 20세에 불과한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였다. 이 환자가 나에게 물었다. “저는 왜 위암에 걸렸을까요? 우리 집안에는 위암 걸린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저는 김치도 잘 안 먹어요.”(30년 전에는 김치가 위암의 원인일 것이라는 가설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김치가 위암을 예방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필자는 그때 참으로 난감했다.

비록 학생 의사이긴 했지만 뭔가 환자를 위해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말기 위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거나 위로가 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 후 10년이 지난 무렵 위암의 가장 큰 원인인 헬리코박터 세균이 발견됐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20대 초반의 나이라 하더라도 위암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소화가 안 된다든가 하는 증세가 있으면 위장약만 복용할 게 아니라 위 내시경 검사를 빨리 받아보아야 한다. 그래야 비극을 막을 수가 있다.(영화배우 장진영씨도 30대 초반에 위암 말기로 판정받고 유명을 달리하지 않았나.) 둘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위 세균이 있는지 여부를 찾아 만약 있다면 꼭 치료 받기를 권한다. 한국인들의 약 70%는 이 세균을 갖고 있는데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이 된다.

항생제 10~14일 치료로 이 세균을 없애면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등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위암도 어느 정도 예방하게 된다. 이 항생제는 내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필자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위내시경 검사를 직접 시술해 주었는데,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 세균을 발견, 치료해 주었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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