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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의 글쓰기 지도법

2011-05-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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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영어 교사시절, 클래스 한 학생이 영어 발음도 좋고 글도 잘 읽는 편이었는데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며 집중하지 못해 난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수업태도에 비해 그 학생은 글도 빨리 쓰고, 문장도 비교적 길어 작문 실력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문장 구사력이 또래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문장 구성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 학생의 문제는 부모님이 모든 교육을 학교에만 맡기고 정작 가정에서는 읽기와 쓰기 학습의 기초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했던 점이었다고 분석됩니다.


비단 그 학생뿐 아니라 많은 한인 1세 부모님들도 읽고, 쓰는 훈련을 학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의 교육 현실은 전문적으로 작문교육을 받은 교사도 그리 많지 않고 학급 규모도 커 학생 개개인을 꼼꼼히 지도하기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라이팅에 대한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 가는 것이 현실이지만 정작 미국 학생들에 대한 미 교육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는 ‘정확성과 연계성, 글의 구조를 갖춰 작문할 수 있는 학생들이 매우 드물다’ ‘초·중·고교생 4명 중 1명은 작문실력이 매우 저조하다’ 등 현재 미국 학생들의 작문 실력이 얼마나 저조한지 그 심각성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자녀의 라이팅 지도는 가정과 학교에서 함께 병행돼야 합니다. 이에 대해 부모님들은 ‘그럼 도대체 언제부터 작문지도를 시작해야 실력이 향상되느냐’는 질문을 하십니다. 오늘은 이 질문을 중심으로 취학 전 아동을 글쓰기 훈련을 집에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림 통해 작문기초 다지기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라이팅은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문의 발전단계는 알파벳을 익히고, 단어를 알고, 가벼운 단문을 쓰게 되고, 이것들을 붙여 장문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결국 취학 전부터 라이팅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으며 부모님들 역시 이때부터 도와줘야 합니다.

취학 전 아동은 글뿐 아니라 그림 그리는 것도 라이팅의 베이스가 됩니다. 아이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에도 ‘내러티브’(narrative)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알파벳과 단어를 알기 시작하면서 인생에 있어서 본격적인 라이팅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격려와 칭찬해 주기

어린 자녀의 경우 크레용과 종이 등 그림이나 글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해 주고 엉뚱한 짓을 하더라도 부모가 인내로 아이들이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또 자녀가 쓴 글이나 그림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수를 지적하기보다 많은 칭찬이 필요하고 무엇에 대해 썼는지 관심을 나타내며 질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활 속 글쓰기 장려하기

또 좋은 글을 읽어야 좋은 글을 쓰게 마련이므로 미취학 아동일수록 읽는 훈련이 기초가 돼야 합니다. 무조건 라이팅을 강요하는 것은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별 도움이 되지를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녀들 스스로가 작문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구 생일에 카드나, 부모님에게 편지를, 또 관심 분야에 대해 글을 쓰도록 하는 등 유용한 라이팅을 생활 속에서 실천토록 장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자신이 쓴 글을 고치는 법에 대해서도 자녀 스스로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을 잘못 썼는지 알고 이를 정정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글 쓰는 기술을 익힐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리처드 이
<뉴베리러닝센터 원장>

문의 (213)380-3500, www.eNEWBER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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