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일이다. 55세 된 여자 환자가 찾아왔다.
1달 전 소화가 잘 안 되어 근무하는 대학 병원에서 복부 CT를 찍었더니 췌장암이 나왔는데, 이미 간이나 폐 등으로 다 퍼졌다고, 이제 말기라 수술도 못한다 들었다고 했다.
몇달밖에 못살 텐데, 진통제라도 먹고 통증이라도 없애야겠으니 마약 성분이 있는 강한 진통제 처방이라도 달라고 찾아온 것이었다. 이상이 내과의사를 하면서 수도 없이 겪는 일이다. “췌장암은 발견되면 말기다” “췌장암은 발견되면 죽는다” 등의 췌장암의 전설(?)이 있다.
그래서 환자들은 췌장암(pancreas cancer)이라면 공포에 가깝다. 그것은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의사들 또한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 그 이유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췌장암 말기까지 증세가 없으므로 모르고 지내다가, 명치 부근이 뭔가 불편해서 위장병 정도로 생각하다가, 복부 초음파나 CT로 찾았을 때는 벌써 췌장암은 엄청나게 커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췌장암이 간으로 전이되어 있는 수가 많다.
이때부터 췌장암의 통증은 갑작스럽게 증가해서 모르핀 계통의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만 겨우 진정될 정도이다.
주의할 점은, 췌장의 위치가 위장의 바로 뒤에 있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은 일단 위내시경으로 위장병 여부를 조사해 보고 위장약을 사용하면서 몇달씩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자는 위내시경 검사에서 특별한 나쁜 소견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2~3개월 안에 복부 초음파 검사를 권한다.
그래야 췌장암이나 다른 담관 질환이 있더라도 너무 늦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부학적으로 췌장암이 생기는 부위에 중요한 동맥 등 혈관이 많아서 췌장암의 사이즈가 작아도 혈류를 따라서 금방 다른 부위로 전이가 잘된다. 그래서 약간의 통증을 느낄 때에는 이미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이 췌장암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은, 전혀 복부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필자도, 1년에 한 번씩 꼭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는다(필자의 병원에 초음파 기계가 있기 때문에 수시로 받을 수 있다).
독자 여러분들도 40세 이상인 경우 아무른 증세가 없더라도 꼭 1년에 한 번씩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아서 췌장암뿐 아니라 신장암, 담낭암, 담석증 등등의 병들을 조기에 발견하기를 권해 드린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