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여러 환자를 보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명이 ‘빈혈’ 때문에 왔다고 한다. 어떻게 빈혈인 줄 아느냐고 물어보면 “어지러우니까 빈혈이지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어지러우면 다 빈혈인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피검사 해 보면, 실제 의미 있는 빈혈로 나오는 사람들은 5~10%도 되지 않는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빈혈 때문에 어지러운 줄로 알았는데, 피검사에서는 빈혈이 아니라고 하니, 제가 왜 어지러울까요?”라며 의아해 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지럼증(dizziness)과 빈혈은 전혀 다른 병으로 보아야 한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 실제 빈혈은 5~10% 이하이고 나머지는 내이(內耳, labyrinth) 이상, 뇌(brain) 이상 등 다른 많은 원인을 가지고 있다.
과거 수십 년 전, 우리나라가 아주 가난했던 시절에는 영양실조로 시달리던 사람들이 철 부족 성 빈혈로 어지럼증을 일으켜서 환자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종 영양이 풍부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세대에서는 철 부족성 빈혈이나, 기아처럼 영양 부족으로 인한 빈혈은 드문 편이다.
그리고 빈혈로 어지럼증을 호소하려면, 적어도 피의 상당부분(20~25% 정도 이상)을 잃어야 한다. 반대로 진짜 빈혈환자(피검사 상에서 헤모글로빈, 헤마토크릿 등 적혈구 수치가 모자란다고 밝혀진 환자)들에게서 어지럼증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많다. 이 사람들은 “혈액검사에서는 빈혈이라고 진단은 나왔는데, 왜 저는 전혀 어지럽지 않지요?”라고 질문을 한다.
어지럼증의 원인 중에는 내이 이상이 70% 정도다. 내이에는 세반고리관과 전정기관이 있는데 여기에 바이러스가 침범하여 생기는 어지럼증이 가장 많다. 감기나 독감을 앓고 난 후 어지럽다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것을 바이러스로 인한 ‘Labyrinthitis’라고 부르며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몇주 후면 저절로 낫는 수가 많다. 안티버트(Antivert) 같은 약을 사용하면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바이러스 외에도 어떠한 원인이든지, 내이에 손상을 주는 경우에는 어지러움 증이 생긴다. 그 다음으로는 기립성 저혈압이 있다. 이것은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는 경우 피가 다리로 몰리는 순간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이다.
실제로 위험한 경우는 뇌의 종양이나 뇌출혈, 뇌경색으로 인하여 어지러운 경우이다. 이것은 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잘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즉시 뇌의 MRI나 CT를 찍어야 한다.
이제 여러 독자들은 어지럼증이 있으면 반사적으로 ‘아, 빈혈이 생겼구나’ 하고 넘겨짚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찾도록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 치명적일 수도 있는 어지럼증의 근본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다음 시간에 어지럼증의 원인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문의(213)480-7770
차민영 <내과 전문의>